10조원 규모 '그린 뉴딜' 나온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8호 22면

이명박 정부의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정책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면 2012년까지 향후 4년간 녹색산업에 투자될 예산안과 계획이 결정될 것”이라며 “민간에 대한 투자 지원액이 최소한 10조원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의 녹색 투자 현실과 전망

이 대통령이 지난 8월 광복절 축사에서 밝힌 ‘녹색 성장안’은 최장 2050년까지의 중장기 계획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선언적 의미가 강했다. 9월 국무총리실 기후변화대책기획단이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소요 재원 31조원(공공부문 15조원+민간부문 16조원)도 2030년을 목표로 한 수치다.

실제 우리나라의 녹색 투자 현실은 최근까지 초라한 수준이다. 8월 현재 태양광과 풍력·수소 및 연료전지 등을 활용한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2%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 규모는 세계 10위에 올라 있다. 에너지 효율성도 일본·유럽 등 선진국의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녹색 성장 밑그림은 화려하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녹색 성장을 새로운 비전의 주요 축으로 제시하면서 ▶에너지 자주 개발률을 임기 중에 18%, 2050년에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을 2030년에 11% 이상, 2050년엔 20% 이상 높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임기 중 세계 4대 그린 카(green car) 강국 진입 ▶그린 홈(green home) 100만 호 프로젝트 등도 다짐했다. 특히 그린 홈 정책은 태양광 주택 41만 3600호, 태양열 주택 29만 2000호, 지열주택 29만 2000호, 수소연료전지 주택 4200호를 주택.지역별특성에 맞춰 보급한다는 내용이다.

핵심 녹색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확대된다. 정부의 R&D 투자 중 기후변화 분야 비중은 올해 6.4%(약 7000억원)에서 2012년까지 8.5% 수준(5년간 약 5조원)으로 높인다. 정부의 녹색 투자에는 원자력발전도 포함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5%이던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59%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에너지 가격 하락과 실물경기 침체로 번지면서 녹색 투자에 대한 국내 지지 여론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녹색 성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보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민간투자와 정부 지출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총수요를 증대시키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지난해 말 1만4000명 수준에 그치던 신재생 에너지 고용인력이 2012년까지 약 10만 명, 2030년까지는 95만 명으로 늘어나는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정부의 녹색 성장 구상에 방법론적인 우려감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강용혁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장은 “선진국이 이미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원천기술 확보와 산업화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연구 투자와 개발이 일천한 우리나라의 녹색기술 산업화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신성장 동력으로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전략적인 기술 개발을 확대하되, 국내 여건을 고려해 향후 기술 우위가 가능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재원 배분 효율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