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석·세창 父子의 빼어난 감식 안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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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는 미술품의 진위와 가치를 식별하는 감식안도 뛰어나 중국에까지 알려졌다. 그의 빼어난 감식 안목을 이어받은 이가 역매(亦梅) 오경석(1831~79)이고 역매의 눈은 아들인 위창(葦滄) 오세창(1864~1953)으로 대물림됐다. '추사 한글 편지'전과 나란히 25일 서예박물관에서 막을 올리는 '서화.전각 & 서화사료'전은 이들 부자가 쓰고 모은 컬렉션을 후손인 오일육(81)씨가 기증해 마련된 기념전이다.

이번에 오씨가 내놓은 61건 486점은 우리나라 서화사 연구와 한.중 문화교류사에 소중한 문화재급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위창이 친필로 1117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서화가들을 실증 자료와 전통 사학의 방법론으로 정리한 '근역서화징'초고본은 한국 서화사 연구의 집대성으로 아직 이를 뛰어넘은 저술이 나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역작이다. 역매가 중국을 드나들며 중국 문인과 금석학자들로부터 받은 물목과 편지글을 모은 '중사간독첩'(사진)은 개화기 한국과 중국 문화가 넘나든 실증 기록이다.

귀한 유물을 선뜻 내놓은 오일육씨는 "문화재는 개인 혼자 지니는 사물이 아닌 국가 공공의 재산인 만큼 조부와 선친의 뜻을 받들어 이제 이 유물의 가치를 잘 알고 제대로 연구할 곳에 돌려준다"고 밝혔다.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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