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닉슨 세무조사-닉슨 대통령시절 녹음테이프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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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워싱턴에서 최근 공개된 닉슨 대통령 시절의 백악관 녹음테이프가 또다시 화제다.
닉슨과 그의 수석보좌관들이 새로 국세청장에 앉힐 인물을 고르는 이 녹음테이프는 말하자면 미국에도.표적 사정(司正)'의 음모가 있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71년 3월 13일에 녹음된 테이프에서 우선 닉슨의 인선 기준을 들어보자.
“새 청장은 시키는대로 무자비하게 일을 처리하는 작자여야 해.내가 보고 싶은 세무자료는 다 볼 수 있어야 하고,우리편은 놔두고 야당(민주당)패거리들의 뒤를 캐야 한다고.그렇지 않은 친구라면 청장에 앉힐 수 없어.” 닉슨은 이어 자신이 야당 정치인 시절 당한 세무조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낸다.
“당신 알지,내가 그 빌어먹을 집을 새로 샀을 때 케네디가 국세청을 시켜 내 뒤를 캤었잖아.자,이제 국세청 친구들이 여기있는 우리를 어쩌진 못할테고 대체 언제나 민주당 패거리들의 뒤를 쫓기 시작할거냐 말이야.” 여기에 맞장구치는 보좌관들의 말이 걸작이다.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자는 것이 아니지요.법을 최대한도로 활용하자는 것이죠.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요.” 결국 법무부 출신의 율사(律士)자니 월터스가 청장에 임명된다.그러나 닉슨은 사람을 잘못 골랐다.
후에 의회 청문회나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닉슨은72년 9월 한 측근을 통해 수백명에 이르는.세무조사 명단'을월터스에게 전달했으나 월터스는 닉슨의 지시를 무시했다.대신 월터스는 당시 조지 슐츠 재무장관과 협의,문제의 명단을 밀봉한 채 보관하다 다음해 의회 청문회 조사관에게 넘겨주었다.“지시를따랐다간 세금체계 전반이 무너질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고그는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술회했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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