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이것이과제다>3.정치인인가,살림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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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12월19일 최각규(崔珏圭)강원도지사는“앞으로 산적한현안을 해결하는데 야당 지사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자민련을 탈당,연말 정가에 커다란 파문을 던졌다.
崔지사는 강원도에 기업유치를 위해 서울에서 강원도 출신 경제인간담회를 열었으나 당초 참석키로 한 지역 여당 국회의원 9명이 모두 불참하는등 각종 국책사업이나 지역개발사업 추진에 야당도지사로서 한계를 절감했다는 얘기다.
국민회의 소속 의원이 대부분인 전남도의회는 임명 도지사 시절승인을 거부한 전남무역㈜ 설립 조례안을 같은당 소속 민선 도지사가 취임하자 곧바로 승인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같은 당이면.안되는 것도 되게 하는'사례다. 崔지사의 탈당은 중앙 정계에 던진 파문과 별도로 우리지방자치제의 과제인 지방자치단체장의 당적 보유 필요성에 대한 찬반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정당의 영향과 재선을 의식한 인기행정으로 인해 단체장들이 지역의 살림꾼보다 중앙 정치인을 닮아가면서 파생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은 각종 보고대회등 얼굴 내미는 행사에하루 2.5회꼴로 참석하고 있다.또 시의원들의 각종 행사에 文시장 개인을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을 넣어 시의원들로부터“재선을 염두에 둔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이 직접 모델로 등장,도내 관광지를 소개하는 광고를 제작해 KBS.MBC를 비롯,광주등 지역 민방 5개사에 모두 2백20회를 방송하는데 예산 1억7천2백만원을 들여 지나 친 자기 선전이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김현수(金顯秀)청주시장은 자신이 공약한 노인회관 건립을 위해사업비 44억원중 20억원을 충북도에 지원 요청했다.
그러나“도가 추진중인 노인복지회관과 투자가 중복된다”며 이를거부하자 金시장은 다시 전액을 자체예산으로 충당키로 하고 97년 예산안에 편성했다 의회에 의해 전액 삭감되는 수모를 당하는등 재선을 의식한 무리한 공약사업 추진이라는 비 난을 받았다.
정치화의 당연한 귀결인 단체장의.눈치보기'는 다수의 주민에게불편과 피해를 주기도 한다.
부산시가 민선단체장 출범전(95년 1~6월)과 출범후(96년1~6월)일선 구.군의 관리행정실태를 비교 분석한 결과 구청장들이 지나치게 민원을 의식,기초생활질서를 세우는데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점상및 노상 적치물 발생(2만3천여건)은 3배 이상 늘었고그린벨트 훼손과 상거래 질서위반도 10%.17% 증가했으며 불법 주.정차,광고물 단속은 16%나 감소했다.
단체장의 변칙적 행정형태도 문제.
전남완도군 차관훈(車官薰)군수는 자신 소유의 완도읍화흥리 오봉산관광농원의 진입로를 군예산으로 확.포장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부하 공무원 5명이 징계당하기도 했다.
부산 동의대 지방자치연구소(소장 金順殷)가 지난해 11월 부산지역 기초의원과 지방자치 관련 학자.시민대표등 지방자치 관련당사자 5백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자가 85.4% (4백75명)나 됐다.
그러나 지방정치 역시 각 정당들이 주요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대결구도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이유로 단체장의 당적 보유를 찬성하는 측도 있다.
경북대 윤용희(尹龍熙.정치외교학과)교수는“광역단체장은 정치적시각에서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정치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당에 소속되는 것이 정책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그러나 당적 보유가 중앙 정당의 불필요한 간섭과 지배를 불러오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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