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의료계 전망-해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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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 세계의학계를 주도할 핵심테마도 여전히 유전자 연구로 압축될 것같다.
지난해 발견돼 초유의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비만유전자와 행복유전자,모성애유전자에 이어 올해도 인간의 속성을 규정짓는 유전자가 속속 등장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0억쌍에 이르는 인간의 유전부호를 밝혀내기 위해 90년 미국정부 주도 아래 시작된 인체게놈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돼올해 안으로 23쌍의 인간염색체중 16,19,22번 염색체의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질 전망이다.
또 91년 인간의 뇌에 관한 연구지원을 위해 부시 전미국대통령에 의해 선포된 이른바.뇌의 10년'계획에 따라 의학계 마지막 성역인 뇌의 신비도 상당부분 벗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아직 특효약이 없는 질환인 노인성 치매의 진행을억제할 수 있는 신약 개발 여부도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임상의학 분야에서 가장 가시적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분야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페니실린으로 상징되는 항생제가 전염병을 종식시키는데 기여했지만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올해 의학계는 바이러스 퇴치무기 개발의 원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항(抗)바이러스 효능을 지닌 신약 개발이 낙관적이다. 창궐하는 에이즈 때문에 미국등 선진국에서 막대한 자금과인력을 동원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전만해도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인터페론등 서너개에 불과했으나 올해 안으로 10여개 이상의 항바이러스 제제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얻을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 나라에선 에이즈보다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들이 이들 항바이러스 제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미 간염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항바이러스 제제 라미뷰딘이 빠르면 내년초 아시아 지역에서 공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문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의사들에겐 괴로운 한해가 되리란 추측이다.
점차 높아가는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의사들의 수입을 통제하는 공공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천국 미국에서도 보험회사가 의료인을 고용해 직접 병원을 운영하는 이른바 건강유지기구(HMO) 확산으로 의사들의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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