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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중 화상 딛고 '타투 디자인'으로 졸업전

중앙일보

입력

  커다란 사진 속 젊은이들은 가슴과 어깨, 등, 팔뚝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의 드러난 몸에는 짙은 색깔의 문신(tattoo)이 새겨져 있었다.

사진이 걸린 곳은 단속을 피해 밀실에서 몰래 운영 중인 불법 문신시술소가 아닌 디자인과 졸업작품전이 열리는 대학 내 전시관이었다. 사진 속 인물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모두 한 대학생이 직접 시술해줬다.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태우(26·사진)씨는 문신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작품들을 졸업작품전에 출품했다. 김씨의 작품은 올해 디자인과 최우수작품 사례로 선정됐다. 문신을 실용 디자인의 관점에서 접근한 점이 인정받았다.

의사가 아닌 일반인의 문신 시술행위는 의료법상 불법이지만 문신 작품을 선보인 김씨의 생각은 달랐다. “문신은 자신 만의 언어이자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입니다. 문신은 디자인의 한 장르입니다. 하지만 문신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혐오감을 주는 것으로 잘못 인식됐죠.” 실제로 김씨에게 문신을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들은 대학생, 치킨 호프집을 운영하는 사장 부부, 사업가, 영어학원 외국인 강사 등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문신이 범법자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그는 문신의 글꼴이나 형태를 독창적이고 아름답게 디자인해서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문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에 골몰했다. 일례로 ‘타투’라는 한글 단어를 뒤집으면 ‘디자인’이라는 낱말이 되도록 글꼴을 디자인했다.

김씨가 타투 디자인을 적용해 졸업작품전에 선보인 제품들.메트로놈과 시계.


그는 문신 작품은 사람의 몸에 적용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옷과 시계, 메트로놈, 스키 보드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도 적용해 선보였다. “타투와 디자인의 접목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독창적인 문신 디자인은 우리 주변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김씨가 문신을 전공하게 된 것은 군 복무 중 입은 사고가 계기가 됐다. 김씨는 군 복무 중이던 지난 2003년 11월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부위에 화상을 입고 1년 넘게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장애판정을 받고 제대했다. 몸에 난 흉터를 고민하다 문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케이블 TV OCN의 드라마 ‘키드갱’에 출연한 손창민, 이종수씨는 김씨가 디자인해준 문신을 붙이고 연기했다. 지난해 가수 이승환씨가 전국 순회 콘서트 때 팔에 붙인 문신도 김씨의 작품이다.

그는 졸업 후 문신 작품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아직까지 떳떳하게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타투 디자이너’로 인정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작품은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시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내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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