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이버 해적 ‘봇넷’ 소탕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1. 미국 대선일인 지난 4일, 미국의 포털과 e-메일 서비스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매케인의 지지를 호소하는 쓰레기메일(스팸메일)이 폭주했다. 첨부파일을 열면 아이디·암호를 해외 서버로 빼돌리는 프로그램이 다운됐다. 7일 국토안보부가 나서 주의를 당부했다. 스팸메일의 주범은 해커들의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 PC’들이었다. 보안업체 메시지랩은 “대선 스팸메일의 82%가 ‘봇넷’(로봇robot+네트워크network)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했다.

#2. 3월 21일 미래에셋의 홈페이지가 30여 분간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범인은 전화를 걸어 “2억원을 송금하면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필리핀에 사는 노모(31)씨 등 다섯 명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인터폴에 수배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국내 PC 1만여 대를 홈페이지 공격에 활용했다. 포털에 ‘성인 동영상 검색 프로그램’이라며 악성코드를 올린 뒤 클릭 순간 주인 몰래 설치했다. 노씨는 중국의 서버를 통해 감염된 PC를 조종, 인터넷 쇼핑몰 등을 공격했다.

11일 경찰청은 인터폴과 함께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이버범죄 대응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흘간 행사엔 미국 연방수사국(FBI), 독일 연방경찰청(BKA), 프랑스 정보통신범죄수사센터(OCLCTIC) 등 49개국의 수사관이 참가했다. 주제는 ‘봇넷에 대한 대응’이었다. 데이비드 아피투스 인터폴 국장은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컴퓨터가 감염돼 개인정보와 돈을 탈취하거나 전산망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봇넷 범죄는 2005년 등장했다. 초기엔 스팸메일 발송에 주로 쓰였다. 곧 감염된 PC에서 아이디·암호를 빼내는 정보 유출 범죄로 진화했다. 최근엔 특정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Ddos(분산 서비스 공격)’가 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2007년 FBI가 봇넷에 대한 특별 수사에 나섰다. 제임스 핀치 FBI 부국장은 “국가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하루 평균 5000대의 컴퓨터가 악성 봇을 전파한다”고 추정했다.

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