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辛체제냐 新체제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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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왼쪽에서 둘째)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의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7일 당 의장직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11일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던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했다.

鄭의장은 이날 "당 의장직을 물러나 평당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제2기 참여정부가 힘차게 출발한 만큼 열린우리당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 당원이 주인이 되는 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鄭의장 사퇴로 당내엔 벌써 새로운 양상의 파워 게임이 벌어질 조짐이다.

◇"7월이냐 내년 2월 전대냐"=열린우리당은 '신기남 의장-천정배 원내대표' 투톱 체제로 꾸려가게 됐다. 하지만 승계자인 辛의장의 경우 1년8개월이란 남은 임기를 채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당내에선 임시 전당대회 개최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다만 시기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지도부를 중심으로 내년 2월 전당대회론이 부상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당 개혁안이 마무리돼 기간당원이 당 의장을 뽑을 수 있을 때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이다. 이들은 또 지구당이 폐지된 마당에 당장 전당대회를 치를 대의원 구성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개혁당 그룹 일부와 영남권 인사들은 당 면모의 일신을 위해 오는 7월 전대 개최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여기엔 천정배 원내대표에 辛의장 체제가 지속되면 당권파 쪽으로 힘이 쏠린다는 견제 심리가 발동하고 있다. 한 영남권 핵심 인사는 "어차피 내년 2월까지 기간당원 확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신기남 체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조기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체제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의 공과(功過)=51세의 젊은 당 의장을 선택했던 열린우리당의 실험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정치인 정동영으로선 상처도 많았다. 원내 47석짜리 제3당은 152석의 과반 1당이 됐다.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이 입당하면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이 된다. 취임한 다음날(1월 12일)부터 남대문시장을 찾은 鄭전의장의 '민생 투어'는 총선 과정에서 다른 정당들로부터 베끼기 대상이 됐다.

반면 노인 폄하 발언으로 당을 '노풍(老風)'의 소용돌이에 빠뜨린 것은 최대 실책이었다. 지난 2일 한 장애인시설에서 30대 장애인을 벌거벗긴 채 목욕시키는 모습이 공개돼 장애인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흠이었다.

鄭전의장은 의장직 사퇴 후 당분간 휴식하다 입각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 부처로는 행정자치.보건복지.정보통신부 등이 거론된다.

한 측근은 "당 의장에 취임한 뒤 총선이라는 당면과제만 보고 단거리 선수처럼 달려왔다"며 "이제는 훨씬 긴 장거리 경주를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신용호.김선하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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