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스포츠 사교육 실태] 이승엽처럼 되려면 부모들 허리가 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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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야구선수로 둔 학부모의 한결같은 바람은 그들이 박찬호(미국 LA 다저스)나 이승엽(일본 요미우리) 같은 스타로 성장하는 것일 게다. 운동에 소질 있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고교 3학년까지 야구 선수를 하려면 얼마의 돈이 들까.

일간스포츠(IS)가 실시한 '야구 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비용 조사' 결과, 선수 한 명당 평균 비용은 8430만 원이다. 이에 따르면 초등학교 선수 연 평균 비용이 579만 원, 중학교 746만 원, 고교 1292만 원이다.

이는 전국 평균 사교육비보다 높다. 통계청이 올 2월 발표한 연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교 307만 원, 중학교 377만 원, 고교 431만 원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로 계산하면 3652만 원이다. 야구 선수로 키우는 비용이 이보다 2.31배 많다.

‘돈 없으면 운동도 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자식을 공부에 전념케 하는 학부모보다 야구 선수로 키우는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야구 선수 아들을 둔 학부모들의 지출은 월 회비, 부정기 납부비, 전지훈련비, 운동능력 향상비, 개인 장비비, 의료비, 경기 관전비 등이다.

이는 초·중·고등학교 야구 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다. 중학생은 초등학생에 비해 29%, 고등학생은 중학생에 비해 79% 많아 학력이 올라갈 수록 지출도 더 늘었다.

항목별로 보면 고교 야구 선수 아들을 둔 학부모들은 평균 47만 원의 월 회비를 냈다. 연 564만 원이다. 대회 출전이나 공용 장비 구입에 드는 돈도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간다.

대회에 입상하면 학부모들이 갹출해 코칭스태프에게 보너스를 주는 게 관례다. 이런 부정기 납부비는 연 평균 124만 원이다. 월동기인 12월 말부터 한 달 남짓 치르는 전지훈련비는 평균 99만 원이다.

학교에 내는 돈만이 학부모 지출의 전부가 아니다. 고교 선수들도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거나 보약 등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다. 개인 교습을 받는 선수도 있다.

이렇게 기량 향상을 위해 쓰는 비용은 연 평균 156만 원이다. 장비 구입비는 1년에 106만 원이다. 2004년부터 고교야구에서도 알루미늄 배트 대신 부러지기 쉬운 나무 배트를 사용토록 했다. 이로 인해 야구선수 아들을 둔 부모의 부담이 컸다. 의료비는 연 평균 61만 원이다.

설문 응답자의 45%가 ‘연 30회 이상 자녀 경기를 지켜본다’고 응답했다. 한 학부모는 “아들이 얼마나 자주 출전하는 지 살펴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경기관전에 드는 1년 교통비·숙박비·식비 평균액은 182만 원이다.

이번 조사에서 학부모의 83.4%가 ‘비용이 많다’고 응답했다. 학부형들은 야구부 운영에 대해 "왜 학부모들이 돈을 갹출해 감독 월급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이 부문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감독들도 "왜 우리가 학부모들로부터 월급을 받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라고 반문해 엘리트 스포츠 정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옥 체육과학연구원 정책실장은 “교육기본법이 체육을 학교 활동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활동이 학부모 비용으로 운영된다는 건 국가가 학원 엘리트 스포츠 교육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탐사보도=정병철(팀장)·양광삼·최민규 기자 [ispl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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