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수도권 묶는 건 시대착오” 이완구 “지방 의견 귀기울여 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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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0일 오전 한나라당과 16개 시·도지사 간 정책협의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주변은 ‘전운’이 감돌았다. 이날 회의는 수도권 규제완화책 발표 이후 수도권-지방 갈등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나라당이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도 함께했다. 중앙뿐 아니라 지방 언론 취재진까지 몰려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회의에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입장 차가 뚜렷이 드러났다. 16개 시·도지사 중 서울-경기-인천 3곳과 나머지 13곳의 대립 구도가 분명했다. 이들은 갑론을박을 벌였고 한나라당은 지방 재정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날 회의는 “일단 이달 말 발표되는 정부의 지방지원책을 지켜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채로 마무리됐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따라서 이달 말 지방 지원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단체장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이날 “국내외적으로 경제여건이 어려운데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안타깝다”며 “국가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도백(道伯)들의 반발이 쏟아졌다.

▶김진선 강원지사=“수도권 개발 이익을 지방에 배분하겠다는 접근은 말이 안 된다. 지방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우택 충북지사=“수도권 규제 철폐에 가까운 완화 정책은 잘못하면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남을 수 있다. 만일 당 지도부가 막아 주지 않는다면 강력 투쟁할 수밖에 없다.”

▶김관용 경북지사=“우리는 수도권 발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을 반대하는 것이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지방은 인프라도 없고 여건도 안 돼 출발선에 있는 반면 수도권은 50m 앞에 있다. 이래선 경쟁이 안 된다. 윈-윈 할 수 있는 상생의 틀을 만들어 달라.”

이 밖에 김범일 대구시장은 “낙동강에 한강의 반의 반만이라도 투자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1980년대부터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 국가는 수도권 중심의 발전 정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 발표를 주도한 박재완 수석은 특별한 발언 없이 앉아 있다 회의 중간에 자리를 떴다.

◆김문수·이완구 ‘외나무다리’ 대결=수도권과 지방 간의 갈등에서 각 진영의 대표선수 격으로 부각된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도 이날 회의장에서 맞닥뜨렸다. 김 지사는 “국가 발전을 위해 지방에 혜택과 지원을 늘려야지 수도권을 묶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지사는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하기 전 정부가 시·도지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귀 한번 기울이지 않았고, 제대로 된 연구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이가영·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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