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바람 탄 바이오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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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바이오 관련주가 새로운 ‘오바마 수혜주’로 떠올랐다.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로 시작된 오바마 테마주의 바통을 바이오가 이어받는 모양새다.

10일 코스닥 시장에서는 줄기세포 등 바이오주가 급등했다. 제이콤·에스티큐브·마크로젠·산성피앤씨·조아제약·메디포스트·오리엔트바이오·이노셀·이지바이오·중앙바이오·알앤엘바이오 등이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바이오 업체가 속한 코스닥 시장의 제약업종 지수는 이날 4.8% 올랐다. 코스닥지수 상승률(2.04%)의 두 배를 웃도는 상승폭이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 줄기세포 등 바이오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바이오주 랠리를 이끌었다. 존 포데스타 정권인수팀장은 주말 폭스뉴스에 출연, “줄기세포, 석유 시추 등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2001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을 제한한 바 있지만 오바마 당선인은 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 측은 줄기세포 연구 지원 금지 등 부시 행정부의 행정명령 200여 개를 폐기 대상으로 지목하고 내년 1월 20일 취임 직후 실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바마 측은 선거 공약에서도 바이오·제약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혀왔다.


이날 수혜 기대감에 급등하기는 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시장 규모 자체가 미미한 데다 아직까지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 실적도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대부분의 바이오 업체는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철저히 소외됐던 바이오주가 기대감만으로 급등했다”며 “기업 규모나 실적보다는 ‘바이오’하면 떠오르는 업체를 중심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바이오 관련주는 기업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고 테마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다”며 “기술력이 인정된 대표 종목에 국한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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