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연료, 단열 페인트 … ‘그린오션’서 가능성 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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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자기 방 컴퓨터에서 자료를 찾던 대학생 A씨. 잠시 쉬려고 거실에 나와 TV를 켰다. 그러자 곧바로 방 불이 꺼지고 컴퓨터는 절전모드로 바뀌었다. ‘반값 전기료 e-홈’이란 시스템이 그렇게 했다. A씨의 움직임을 감지해 금세 방에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동으로 방 불을 끄고 컴퓨터도 쉬게 했다.

거실에 나오니 골치가 아프다. 최근 새 아파트로 이사한 때문인 것 같다. 스프레이를 뿌리자 곧 개운해진다. 새로 나온 ‘새집·새차 증후군 제거 스프레이’다. 물 한잔을 마시러 정수기 앞에 선 A씨는 잠시 고민을 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 ‘백두산 천지 물’ 등 여러 개 선택 버튼이 있다. 수돗물을 받아서는 여러 가지 맛을 내는 물로 바꿔주는 정수기다. A씨는 그중 ‘쏘는 맛 초정리 물’을 선택했다…. 미래의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정부가 선정한 ‘그린오션 100대 과제’ 중 일부가 실현되면 실제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지식경제부는 1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그린오션 100대 과제 중간 보고대회’를 열었다. 그린오션이란 친환경적(그린)이면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블루 오션’이어서 사업성이 밝다는 뜻. 100대 과제는 산·학·연 전문가 150여 명으로 이뤄진 그린오션 기획단이 7개월에 걸쳐 뽑아냈다.

과제에는 ‘반값 전기료 e-홈’ ‘새집 증후군 제거 스프레이’ ‘여러 가지 맛의 물 제공 정수기’ 등이 들어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유발 먼지 제거 장치,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 건물에 단열재를 따로 쓸 필요 없는 열 차단 페인트 등도 포함됐다. 태양광·지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건물, 쓰레기를 100% 연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폐기물 0 아파트 단지’도 과제에 올랐다. 또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의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처럼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없애거나 생산 원료로 쓰는 각종 기술이 선정됐다.

100대 과제 선정을 총괄한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이날 보고회에서 “해외 기술개발 동향까지 파악해 지금 우리가 나서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사업들을 골라냈다”며 “기업이 투자하면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일자리도 많이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대 과제는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 지원 사업은 아니다. 다만 정부 주도로 유망한 친환경 사업들을 찾아내 투자하면 유망할 것이라고 기업들에 제시하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해 사업성이 밝은 과제를 고른 것인 만큼 기업이 이 분야 연구개발을 하겠다고 하면 연구비 지원 심사에서 가점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이날 중간 발표한 100대 과제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까지 100대 과제를 최종 확정한다. 지경부는 이달 중 그린오션 기획단 홈페이지를 만들어 100대 과제를 소개할 계획이다.

권혁주·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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