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내시경은 암 완치율 높인 ‘생명 렌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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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능의 내시경=내시경과 복강경을 헷갈리는 사람이 있다. 내시경은 우리 몸의 뚫린 구멍(입·코·항문 등)을 통해 장기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반면 복강경은 몸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같지만 피부를 뚫고 환부에 접근하는 것이 다르다. 소화기처럼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연결된 소화기관을 관찰하고 치료하는 것이 바로 내시경이다.

내시경은 부위별로 위·대장·소장·십이지장용 등 부위별로 사용된다. 무엇보다 내시경의 진가는 발견 즉시 조직을 떼어내거나 제거할 수 있다는 점. 한양대병원 최호순(소화기내과) 교수는 “내시경은 진단과 치료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며 “올가미로 용종을 제거하거나 점막에 침범한 초기암을 조직검사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용도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차한(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위험한 이물질을 먹었거나 만성 재발성 복통을 호소할 때 원인을 가려내기 위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사람에 따라 코로 들어가는 경비내시경을 사용하기도 한다. 내시경 약물에 과민반응하는 사람, 목구멍이 좁거나 구역질이 심해 내시경을 받기 힘들어할 때 선택한다.

◆내시경의 진화=초기 위내시경은 독일 쿠스마르가 개발한 막대기처럼 생긴 금속관이었다. 당연히 환자에게 고통을 안겨줬고, 사망하는 사고도 생겼다. 요즘 쓰는 내시경의 효시는 일본의 올림푸스사가 개발했다. 1950년 구부러지는 염화비닐 튜브 끝에 초소형 렌즈(직경 2.5㎜)와 전구(직경 5㎜)를 단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1967년에 5배 줌을 단 위내시경이, 75년엔 미국에서 유리섬유 내시경이 등장하면서 위장 구석구석을 손바닥처럼 볼 수 있게 됐다. 구부려도 빛을 그대로 전달하는 유리섬유의 특징을 활용한 것.

이어 1980년에 췌장 진단으로 영역을 넓힌 초음파 내시경이, 1985년엔 비디오 카메라가 내장된 내시경이 개발됐다. TV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장기를 보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괄목할 만한 발전은 캡슐내시경과 NBI(Narrow Band Imaging) 내시경이다. 캡슐내시경은 초소형 캡슐에 비디오를 탑재한 것으로 장기를 따라 움직이며 영상을 찍는다. 소장과 같이 심하게 구부러진 장기에 유리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져 대중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올림푸스가 개발한 NBI 내시경은 암조직을 쉽게 찾아내도록 색상을 바꿨다. 눈으로 보는 초기 암과 정상조직은 모두 비슷한 붉은 색이어서 구분이 쉽지 않다. 올림푸스한국 의료사업부 임춘호 팀장은 “ 녹색과 파란색 두 파장만을 분리하는 특수 효과를 사용해 일반인도 암조직을 쉽게 구분할 정도로 병변이 선명하다”고 설명했다.

◆조기검사는 선택 아닌 필수=국민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는 조기검진의 필요성을 웅변한다. 문제는 내시경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이다. 하지만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따르게 마련. 고통을 덜 주는 내시경의 등장과 수면마취가 그것이다.

코를 통한 경비내시경은 관의 직경이 기존 위내시경의 절반에 불과하다. 수술전 처치도 간단하다. 코에 국소 마취제를 주입하고, 비강을 넓히기 위해 혈관수축제를 뿌리는 것이 전부다. 경비내시경 검사를 받은 10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2005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서 85.3%가 매우 만족, 13.8%가 만족한다는 응답을 했다.

수면마취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다. 올림푸스한국과 갤럽이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수면내시경의 만족도가 76%로 일반 위내시경과 위장조영술(각 50%)의 만족도를 훨씬 앞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준행(소화기내과) 교수는 “진단은 물론 내시경으로 초기암(2㎝ 미만으로 점막에 국한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인 것”이라며 “이젠 기술이 늘고, 기구가 작아져 검사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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