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시력장애도 재활훈련하면 좋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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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망막의 중심에 위치한 황반부가 망가져 시력이 극도로 나쁜 강민섭(47·가명)씨는 요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1주일 정도의 시력재활훈련을 통해 성경책은 물론 신문 글씨까지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열린 대한안과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는 저시력 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6명에게 ‘중심외(外) 보기’ 훈련을 통해 시각의 질과 시력 향상, 독서 속도의 향상 등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망막은 사물의 영상이 맺히는 부위.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한다. 황반변성이나 당뇨병성 망막증 환자들이 시력장애가 생기는 것은 바로 망막의 손상 때문이다.

중심외 보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손상된 망막 부위를 포기하고, 나머지 살아 있는 망막을 이용해 사물을 보는 것이다.

문 교수는 “사물을 볼 때 주로 망막의 중심부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 부위가 망가지면 시력이 극도로 악화된다”며 “손상된 중심 망막이 아닌 바깥쪽 망막을 이용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시력 재활의 원리”라고 말했다.

재활훈련은 병원과 집에서 동시에 할 수 있다. 검사(망막안저검사·시야검사 등)를 통해 건강하게 살아있는 망막 부위를 찾아내 해당 부위로 사물을 보도록 연습한다. 이때 바깥쪽 망막으로 보기 때문에 시선이 돌아갈 수 있다. 사시처럼 가운데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교정하는 것이 프리즘 안경이다. 안경의 굴절력을 이용해 사물의 상이 앞에 맺히도록 도와준다.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은 등록된 사람만 2007년 3월 기준 20만9000여 명. 이 중 70∼80%가 저시력 환자로 추정된다. 문 교수는 “모든 사람이 재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중심외 보기와 프리즘 안경, 그리고 여러 가지 색깔을 이용한 안경으로 시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색안경 재활은 노란색이나 초록색 등 색의 대비를 활용해 사물을 좀 더 또렷하게 보는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저시력 재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병원들은 수익성이 낮아 투자를 기피하고, 환자들은 전문적인 재활을 받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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