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그들>아름답다는 것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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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인간이 미를 추구하는 것은 보편적 본능이지만 무엇이 아름다운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통설이다.이 통설대로라면 날씬함에 대한 한국여성들의 집착은 미국 대중문화의 세례가 형성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한국여 성들은 물론세계여성들이 선망하는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의 사진과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그렇게 느껴진다.그런데 96년 6월5일자 뉴스위크(한국판)는 그에 상반되는 주장을 담은 특집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이 기사에 따르면 이상적인 몸매의 치수는 시대에 따라 변할지 모르지만 그 비율은 놀랄만큼 일정하다고 한다.동서고금을 통틀어 미인들의 허리대 엉덩이의 비율(WHR)이낮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즉 엉덩이가 크고 허리가 가늘수록 미인이라는 관념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것은 이 비율이 건강 특히 생식능력과 밀접한 관련이있다는 점이다.체중과 나이에 상관없이 WHR이 0.9인 여성은0.8인 여성에 비해 임신능력이 3분의1 가까이 떨어지며 건강한 가임여성의 WHR는 대체로 0.6~0.8이 라는 연구결과가그 근거로 제시돼 있다.다시 말해 어떤 몸매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데에는 종족 보존이라는 생물학적 본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인정한다면.드럼통 몸매'를 한국 남녀가 모두 싫어하고 허리살을 빼기 위해 여성들 이 눈물겹게 분투하는 것이 특정한 문화의 세뇌작용 때문만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허리를 가늘게,엉덩이를 크게 보이도록 하는 거들등의 속옷과 패드를 착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그렇다면 아름다운 육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정신나간 짓'으로 매도하기는 힘들다.그 노력이 약해빠진 말라깽이가 되는게 아니라 신체의 매력적 균형을 회복하는 쪽으로작용하는한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의학적으로는 체지방이 체중의 30% 이하라야 정상이다.이 수치를 초과할 경우 나이가 들수록고혈압이나 신경계통의 병이 찾아올 가능성이 커진다.이규래 박사는“요즘 젊은 여성들은 몸매는 날씬하더라도 운동 을 하지 않는경우가 많아 의외로 체지방 과다가 많다”고 말한다.하지만 과다한 체지방은 피부를 팽팽하게 하고,가슴을 크게 만드는데 기여한다.결국 건강한 날씬함은 큰 가슴과 팽팽한 피부에 대한 욕심을줄여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건 강과 아름다움과 날씬함이 사이좋게 동행하기는 여하튼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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