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號어디로갈까>下.공화장악 의회와 정책대결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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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 의회는 타협(Compromise)과 대결(Conflict),그리고 공조(Cooperation)의 3C 의회가 될 것이다.” 11월 선거가 끝난뒤 미 공화당의 프랭크 런츠 고문은 내년 1월 새로 구성될 105기 미 의회를 이렇게 전망했다. 공화당은 94년 중간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상.하원을 장악했다.공화당이 연거푸 의회의 지배권을 확보한 것은 68년만에 처음이다.공화당은 그러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처음으로민주당 대통령에게 재선을 허용하는 수모를 안았다.
민주당.연임 행정부'와 공화당.연임의회.'미국유권자가 선택한이같은 분할구도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긍정적인 뜻도 있지만 “어느 당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면 차기 미 의회의 지향점과 행동양태는 자연스레 윤곽을 드러낸다.우선 행정부와의,즉 클린턴 정부와의 대결은 일단 피할 수 없을 것이다.백악관을 두번씩이나 넘겨준 공화당은 98년 중간선거에서 다시 승리하고 나 아가 2000년에 행정부를 탈환하기 위해서 가능한한 클린턴 행정부를 흠집내려들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여소야대'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공화당의 공격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화이트워터.윤리문제.파일게이트,그리고 지난 선거때 불거진 아시안계의 정치헌금 스캔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특별검사임명과 의회청문회 개최등으로 이른바.조사(調査)정국'을 유도해 클린턴정부를 무기력하게 만들려들 공산이 크다.특히 민 주당측이 .우선 선거나 치르고 보자'는 식으로 덮기에 급급했던 정치헌금 문제는 그 파장이 얼마나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다. 아울러 정부지출 감축.의료보험.감세.복지문제등을 두고는민주당 정부와 쉽게 간극을 좁히지 못한채 첨예한 정책대결을 벌일 전망이다.그러나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공화당측 공세의 강도와 수위(水位)다.
클린턴 2기정부나 공화당 지배의 의회는 제각각 약점을 안고 있다.따라서 무한정 상대를 몰아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유권자들에게 먼저.매'를 맞은 곳은 클린턴 행정부와 민주당이다.
의료개혁등 진보적인 노선을 기치로 내걸었으나 결과는 94년 중간선거에서 참패,의회 지배권을 공화당에 빼앗기는 대가를 치러야했다.기고만장했던 공화당도 혼쭐이 났다.
.국민과의 계약'으로 요약됐던 깅그리치의 개혁작업은“실패한 혁명”이라는 혹평을 면하지 못했고 지난 선거에서 의회 수성조차낙관하지 못할 만큼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외면을 당했다.결국 행정부와 의회,민주와 공화 양측은 “좌(左)든 우( 右)든 어느한쪽으로 기울어서는 버림받는다”(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민주.
코네티컷)는 교훈을 얻었다.“양측이 대결은 피할 수 없지만 서로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제한적인 충돌에 그칠 수밖에 없다”(토머스 먼.브루킹스연구소)는 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의회 자체의.변신'도 충분히 예견된다.
하원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는 온건중도파의 약진이다.민주당내에서 20여명,선거유세에서 깅그리치의장과 거리를 두려했던 40여명 가량의 공화당 온건파가 바로이들이다.하원에서 공화.민주당간의 격차는 불과 15석이다.
유권자로부터“어느 방향이든 과격해서는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받은데다 교조적인 당 노선보다는 당적을 넘나드는 실용노선이 부상하는 분위기에서 이들 60여명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이클 캐슬(공화.델라웨어)하원의원의“10석만 단합하면 웬만큼 중요한 표결은 모두 저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번 의회에서 깅그리치의장이 보여준 스타플레이어식 일당 독주운영은 더이상 어렵다는 뜻이며“극단보다는 온건과 실용,합리의 추구라는 새로운 의회상의 대두”(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원내총무)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상원은 외형적으로는 더 보수.우경화됐다.낸시 캐시바움(공화.캔자스).행크 브라운(공화.콜로라도)등과 같은 온건파들이떠나간 자리를 메운 인사들은 한결같이 강경.보수들이다.그러나 주목할 것은 공화당의 새 지도부가 보다 중도쪽으 로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도울의 뒤를 이어 상원의 사령탑을 맡은 트렌트 로트 원내총무는 이미“민주당과 손을 잡고 일해 나가겠다”고 여러차례 다짐했다.하원의 깅그리치의장 역시“속도를 다소 늦추고 신중히 생각해야할 때가 됐다”고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행정부와 의회는 기본적으로 견제와 대립을 피하기 어렵다.하지만 다음 의회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확전(擴戰)은 불가피하지만수위를 조절해야 하고 마음은 극(極)으로 치닫지만 몸은 중도로갈 수밖에 없다.차기 미 의회는 바로 이런 민 주.공화당의 고뇌를 바탕으로 읽어야 할 것같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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