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北 전학철씨 북한 反探요원 실체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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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콩거주 한국교포로 이름은 朴모씨.나이는 40대 후반으로 47세 가량임.얼굴이 넓적하고 안경을 썼다.중국 표준어와 홍콩사투리인 광둥(廣東)어가 아주 유창하지는 않지만 둘 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실력이며 영어는 대단한 수준이다.가족사항중 특징이라면 부부사이에 자식이 없다는 점이며 열렬한 기독교 신자다.” 이는 바로 중국내 북한의 반탐(反探)요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11월 중순 홍콩으로 탈출한 전학철(全學哲.29)상위가 자신의 신분을 의심받게 되자 밝힌 한국 정보요원의 인적사항이다.
본사 취재팀은 全씨가 묘사한 朴씨가 홍콩에 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全씨가 밝힌 이같은 내용이 북한의 반탐조직이 확보하고있는 대(對)한국정보조직 첩보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全씨의 폭로가 있기전까지 한국측은 북한이 이미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을 몰랐다는 점이다.
全씨에 의해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한꺼풀씩 베일을 벗고있는 중국과 홍콩을 무대로 펼쳐지는 남북한 첩보전은 외부인들에겐 마치영화속 일처럼 흥미를 줄지 모르지만 당사자인 한국인들로서는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북한이 납치하려다 실패까지 했던 朴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全씨에 따르면 朴씨가 북한의 요시찰 대상에 오르게 된 것은지난 94년.
바로 북한의 특수부대 출신인 홍철남(洪鐵男)이 홍콩으로 탈출,朴씨 집에서 머무르며 보호를 받게 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북한은 洪이 홍콩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고 있는가를 집중조사했으며 여기서 사업가 신분으로 있는 朴씨의 존재를 알게됐다. 이후 중국출장이 잦았던 朴씨에 대한 미행결과 朴씨가 한국정보조직의 일원이란 최종 판단을 내렸다.全씨는 朴씨의 전신 사진이 이미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중국에서 촬영이 끝난 상태로 자신도 사진을 보면 朴씨를 분별해 낼 수 있다고 말했 다.이에따라 북한은 지난 여름 중국에서 朴씨에 대한 납치를 기도했으나 실패했다.
“朴씨의 행동이 매우 날랬다”는게 全씨의 설명이다.2년여동안이나 朴씨의 행동을 주시해오다 마침내 납치테러에 나섰던 북한의집요한 공작이 섬뜩한 충격을 안긴다.
朴씨 사건과 관련,더 놀라운 점은 바로 朴씨의 인적사항이 홍콩의 북한측 정보요원에 의해 입수됐다는 것이다.
홍콩의 일반 교민사회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朴씨의 활동이 홍콩의 북한 정보요원에 의해 확인될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한국의 첩보활동사항을 북한이 파악하고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홍콩 입국조차 안되는 북한이 홍콩에서 이 정도의 정보를확보하고 있다면 중국에서 거주하며 중국을 무대로 활동중인 한국정보요원들에 대한 자료 또한 상당부분 이미 북한 수중에 들어있을 공산이 커 문제가 심각하다.全씨는 朴씨와 행동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몇명 더 있으며 이들이 일단 중국에 들어온 뒤에는 반드시 중국에 거주하는 모(某)씨와 접촉한뒤 활동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이 더많은 한국 정보요원들을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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