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U.S.Army…술 취해 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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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새벽 서울 신촌에서 난동을 부린 미군 병사들 중 한명(가운데 웃통 벗은 이)이 이를 제지하는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병사의 윗옷은 시민들이 그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벗겨졌다. 사진은 독자 배상범(24.서울예대 사진2)씨가 제공했다.

주한미군 병사들이 흉기를 휘둘러 시민을 중태에 빠뜨리고,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남의 핸드백을 훔치는 등 각종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군속을 제외한 순수 주한미군이 저지른 범죄는 총 356건. 이 중 교통사고특례법.도로교통법 위반(65%)이 대부분이었으나, 폭행 관련 사건은 71건(19.9%)에 달했다.

◇잇따른 난동.행패=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5일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다 이를 말리던 시민을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뜨린 혐의로 미 17항공단 소속 C일병(21) 등 주한미군 병사 5명과 카투사 金모(23)일병을 붙잡아 미군 헌병대에 인계했다.

C일병 등은 15일 오전 2시쯤 서울 신촌에서 술에 취해 차도를 가로막고 지나가는 택시의 보닛 위에 엎드리는 등 행패를 부리다 이를 제지하는 노점상 공모(49)씨와 몸싸움을 벌였다. C일병은 이어 朴모(27.회사원)씨가 시비를 말리려 중간에 끼어들자 갑자기 길이 25㎝의 군용 칼을 휘둘러 朴씨의 목을 찔렀다. 사건 직후 C일병 등은 흉기를 버리고 150여m를 달아났으나 시민들에게 붙잡혔다. 朴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현장을 목격한 대학생 李모(26)씨는 "미군 서너명이 자동차들의 보닛에 엎드렸고, 나머지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를 찍었다"며 "시비가 붙어 시민들이 병사들을 둘러싸자 갑자기 한명이 칼로 위협하다 朴씨의 목을 찔렀다"고 말했다.

C일병은 경찰에서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찌르거나 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16일 택시요금을 내지 않고 달아나면서 택시기사와 행인을 폭행한 혐의(폭력)로 미2사단 소속 L상병(24) 등 두 명을 검거해 미군 헌병대에 인계했다.

또 이날 의정부의 한 노래방에서 손님의 핸드백 2개(113만원 상당)를 훔쳐 달아난 혐의(절도)로 미2사단 소속 L일병(20)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구속수사는 안돼=경찰은 16일 신촌 난동사건과 관련, "미군 헌병대 법무관실로 朴씨를 찌른 C일병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보냈다"면서 "C일병이 오는 20일 미 정부 대표와 함께 출두하면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C일병 범죄의 경우 비공무 중 사건으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1차적 재판권은 한국 측이 갖게 된다. 그러나 살인.강간.방화.마약거래.흉기강도 등 12개 중요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구속수사를 할 수는 없다. 미8군사령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른 시일 내에 C일병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 경찰과도 사건 조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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