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통하는 대구경북의 ‘작은 UN’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달 22일 마련된 음악회에 참석한 각국 대사와 개별 협회의 회장·사무국장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구경북국제교류협의회 제공]


지난달 22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선 ‘국제아동돕기 기금마련음악회’가 열렸다. 이화영 등 성악가와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출연해 “수준 높은 무대”라는 평을 들었다.

이날 음악회엔 러시아·체코 등 5개국의 주한 대사가 참석하고 몽골·헝가리는 대사 부부가 함께 자리했다. 외교관이 참석한 나라만 11개국. 이들은 관객과 차를 마시며 친교를 다졌다. 기금은 즉석에서 1억5000만원이 모였다.

음악회를 마련한 단체는 민간기구인 대구경북국제교류협의회. 관객 1600여 명은 모두 회원이었다. 이 단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구·경북을 세계와 손잡게 하는 작은 UN 같은 곳이다. 의장은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 신일희 계명대 총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협의회가 발족된 것은 지난해 12월. 물론 그 이전에 한국·폴란드 협회를 시작으로 한국·이탈리아, 한국·스웨덴 등 16개 협회가 지역에 만들어졌다. 이런 개별 협회를 하나로 묶은 것이 국제교류협의회다. 올해도 한국·키르키즈스탄, 한국·헝가리, 한국·싱가포르 협회가 더 결성돼 현재는 모두 19개다. 공교롭게도 모두 유럽과 아시아 국가다.

이 국제교류협의회의 실무를 맡고 있는 김한수(51·계명대 교수·사진) 사무총장을 만났다.

-국제교류협의회가 발족된 배경은.

“국제화·세계화가 너무 서울 중심이다. 2011년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데…이런 위기감에서 민간 차원의 국제교류가 시급해졌다.”

-개별 협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해만 무려 14개가 만들어졌다. 이들 협회는 모두 뜻 맞는 회원들(협회별로 50∼250명)이 모여 회비로 운영된다. 일종의 민간 외교기구다. 협회를 결성하려면 해당 국가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무국장 1명이 필수적이다. 다른 조건은 없다. 출범식 때는 각국 대사가 빠짐없이 참석했다. 의장들이 사전 정지작업을 한 결과다. 그만큼 상대국의 공신력을 확보했다. 이들 협회는 모두 대구·경북에만 있는 단체다.”

-어떤 활동을 하나.

“경영인·대학교수·병원장 등이 각 협회를 의욕적으로 이끌고 있다. 한국·폴란드 협회 한삼화 회장은 최근 폴란드 쇼팽음악원 관계자들이 대구를 방문하자 출근도 미룬 채 몇일씩 현장을 점검했다. 또 한국·스웨덴 협회는 지난 여름 회원들이 스웨덴을 찾아갈 정도로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저마다 상대국과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대사들이 지역에 내려오면 만남과 각종 편의도 제공한다.”

-2011년에는 어떤 일을 하나.

“협의회는 회원 상호간 친목을 도모하고 국익 증대 및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미 중국 쓰촨 대지진과 미얀마 사이클론 재앙에 성금을 전달했다. 대사들은 농담 삼아 “대구로 영사관을 옮겨야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우리 활동에 고무돼 있다. 2011년에는 협회별로 해당 국가의 서포터즈를 결성하거나 홈스테이 등을 검토 중이다.”

김 사무총장은 “누구나 뜻이 있다면 특정 국가와 협회를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는 가급적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회가 만들어지길 희망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