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들 새 노동法에 발끈-李대표.韓부총리등 곤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개정 노동관계법은 아무래도 올 정기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게다가 정부.여당은 자칫하다간 망신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11일 열린 신한국당 의원총회엔 한승수(韓昇洙)경제부총리와 진념(陳稔)노동부장관이 참석,“법이 통과되도록 꼭 좀 도와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그러나 혹 떼려다 혹만 더 붙인 셈이 돼버렸다.
정부측 발언이 끝나자마자 의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포문은 20년간 노동운동을 한 김문수(金文洙.부천소사)의원이 열었다.“무조건 법을 통과시키면 (재계와 노동계가)따라올 것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후유증이 2년이상 갈 것 이다.내년 대선(大選)을 망치고 싶으냐.나는 반대한다.”여당 의총에서 거의 듣기 힘든 극한 말들이 마구 터져나왔다.
홍준표(洪準杓.서울송파갑)의원은“복수노조가 단일노조로 가는게세계적인 추세인데 거꾸로 가고 있다.사용자와 노동자 양쪽의 눈치만 어정쩡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난은 꼬리를 물었다.고함에 가까운 목소리가 회의실 밖에서도다 들릴 정도였다.유용태(劉容泰.서울동작을)부총무는“노동부는 외국 사례를 들면서 이 법을 홍보하고 있는데 잘된 것만 써놓고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느냐” 며“대체근로제가도입되면 노사갈등이 해결되는게 아니라 노-노(勞-勞)갈등으로 아무일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신행(李信行.서울구로을)의원도“이 법은 자칫하면 내년 대선때 표만 잃게된다”며 우려를 표시했고 함종한(咸鍾漢.원주갑)의원은“교육현장이 파탄날 교원노조 인정 발상을 한 책임자가 도대체 누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세직(朴世直.구미갑)의원은“어차피 안될텐데 빨리 당(黨) 전략을 수정하라”며 당의 방향전환을 요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의총이 끝난뒤“지도부가 맘대로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다.뜻이 같은 동료들이 많다”는 말까지 했다.항명(抗命)을 불사하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韓부총리등 정부측은 물론이고 이홍구(李洪九)대표등 당지도부도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야당을 무마하는건 고사하고 당내 반발이 더 무섭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의총이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여러정황으로 볼때 내년엔 힘들다.이번에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재차 강조했다.그러나 정기국회는 폐회가 1주일도 안남았고 당내외 반발은 거세기만 하니 진퇴양난인 셈이다.반발 을 무마하고 강행처리를 하든,아니면 발을 빼고 내년으로 넘기든 신한국당으로선 이래저래 체면이 상당히 깎일 것같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