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첫 개표 지역서 승리 … 민주 후보론 40년 만에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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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선 20분 넘게 기다려

대표적 흑인 거주 지역인 뉴욕 할렘가는 4일(현지시간) 오전 일찍부터 환희와 활기에 가득 차 있었다. 거리 곳곳에선 서로 “투표했느냐”고 묻는 흑인이 많았다. 할렘의 심장부인 125가에서 한 블록 떨어진 애덤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 주청사에 설치된 11105호 투표소. 아침 일찍부터 유권자들이 몰려들었다. 투표하려면 20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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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관리원 제임스 포드는 “오전 8시 현재 75명이나 투표했다. 엄청난 기록”이라며 “4년 전 대선에선 이 시각까지 투표한 사람이 20명도 안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선으로 흑인도 미국의 최고지도자로 충분한 자질이 있음이 확인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바마를 찍었다는 흑인 캔데카 그린은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며 “이번 선거로 미국에 변화가 일어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투표소 앞에는 민주당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투표소 앞 광장에선 이날 밤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 축하하는 대형 집회가 예정돼 있다.

한편 오바마는 4일 오전 0시(한국시간 4일 오후 2시) 뉴햄프셔주 북부의 산골 마을인 딕스빌 노치에서 첫 승리를 얻었다. 오바마는 미국 전역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이곳 마을 주민 투표에서 15표를 얻어 6표를 얻는 데 그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에게 이겼다. 민주당 후보가 이곳에서 승리하기는 1968년 허버트 험프리 이후 40년 만이다. 오바마는 딕스빌 노치와 함께 개표가 진행된 하츠 로케이션에서도 17대 10으로 매케인을 앞섰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이중구 뉴욕지사 기자



투표 시작하자 수백명 줄

4일 오전 6시5분(현지시간) 투표소가 마련된 버지니아 북부 지역 폴스처치시의 롱펠로 중학교. 투표 개시 5분 만에 300여 명의 유권자가 줄 서 있었다.

이 지역은 소득 수준이 높은 백인 밀집 지역(전체 주민의 85%)이어서 정장 차림의 중년 백인 직장인들과 노년의 백인 부부가 다수였다. 한 시간 넘게 지켜봤지만 흑인 유권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20년째 대선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샌드라 존스는 “과거에 비해 줄이 길어졌다. 투표율이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버지니아는 1968년 이후 줄곧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곳이다.

중년의 백인 남성 폴 오브라이언은 “존 매케인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선 오바마가 앞선다고 하지만 며칠 사이에 매케인이 오차 범위 내로 따라붙었다.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고 주장했다.

오전 7시 30분. 줄이 절반으로 줄었다. 서로 유권자 줄에 가깝게 다가가려는 민주당·공화당 관계자들이 전단 배포 장소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오전 8시15분. 워싱턴DC와 가까운 흑인 밀집 지역 알링턴시의 투표소에선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페이튼 랜돌프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의 긴 줄은 대부분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에릭이라고 밝힌 흑인 남성은 “이른 시간에 200명이 넘는 사람이 줄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이 오바마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이들은 “오바마”를 외쳤다. 투표소 밖에는 간단한 아침 요깃거리 장터가 열려 흑인 청소년들이 활짝 웃으며 음식을 팔고 있었다.

버지니아=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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