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칼럼>신세대,새 性모럴 구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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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중 기준에 충실한 모습을 내게서 본다.개인적으로 어느 것이 옳은 생각인지,즉 정의인지는 알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다.나 스스로 보통 남자라고 생각한다.사랑과 쾌락이 독립적으로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현상적으로 그러하기 때 문이다.”(4학년 남학생) “남자들은 결혼상대에게는 순결의 굴레를 씌우고연애상대에게는 성적 쾌락을 요구하더군….친구들은 남자친구의 요구에 혹 자신을 천하게 여겨 그러는 것이나 아닐까 하고 항상 두려워하는 것같다.”(2학년 여학생) 이는 서울과 인천의 4년제 대학 남녀학생 1백25명에게 자유롭게 작문하도록 해 알아본그들 성(性)의식의 한 단면.
지난 7일 서울대에서 한국인간발달학회가.성폭력의 사회.심리.
법률적 조명'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것이다.
.아내와 결혼하고 첩과 사랑을 나눈다'로 상징되는 조선시대 사대부 남자들의 전통과 낭만이 혼재된 남녀관계에 관한 2중적 가치관이 오늘날의 신세대에게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순형(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교수의 해석이다.
사회와 자신의 2중적 가치관에 갈등과 혼란을 느끼면서도 기성세대와 닮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주변에 성적자극이 미만해 있는 성개방풍조 사회에 살면서 현실과 괴리된 성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자칫 주변과 자신을 불행 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성에 관한 2중적 가치관의 피해자는 이제 여성만은 아니다.남자도 피해자다.
“내친구 H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성관계를 맺고는 성격이 안맞는다며 헤어졌다.내가 알기로도 여러번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3학년 남학생) 2중적 성의식을 가진 남성중에는 심리적으로 혼전 성관계를 생리적 욕구의 발산이라고만 생각해 극기(克己)하지 못한 자신을 책하고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대상도 경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주로 여자의 과거를 문제삼은 신혼파경이 늘어나는 것도 남성들의 2중적 성의식 때문이다.
어쨌든 남자대학생들이 의식속에 성적인 욕구발산의 대상으로 사귀는 여자와 자기를 만나기 전에도 순결해야 하고 결혼때까지 순결을 보호하는 아내감을 구별지어 사귀는,즉 인간을 도구화하는 2중적 태도는 젊은이답지 못한 타산적이고 비인간적 태도라고 생각한다. 신세대들은.순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고 스스로 책임지는 나름의 성 모럴과 결혼관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박금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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