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길목이것이궁금하다>선거費 한도 305億 지켜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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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천문학적 대선자금'은 항상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환부다.선거가 끝난지 4년이 지났건만 92년 대선비용은 여전히 여야의 단골쟁점으로 남아 있다.야당측은“여당이 수천억원을 뿌렸다”고 주장하고 여당은“야당 스스로 먼저 밝히라”고 맞받아 치고 있다.후보들은 당시의 선거비용한도 3백67억원을 넘지 않았다고 신고했지만 이를 믿는 이는 거의 없다.97년 대선의 선거비용한도액은 후보1인당 3백5억원.현재의 선거방식이라면 이 또한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우려가 많다.여야는 이 를 지킬 수 있을까.
금주엔 이 걱정되는 주제를 진단해본다.
[편집자註] 15대 대통령선거는 내년 12월18일 치러진다.
후보등록이 11월26일부터 시작되고 각 후보들은 등록한 날부터선거전날까지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이때 후보들이 사용할 선거비용 한도액은 3백5억원이다.
선거비용 한도액 산출근거는.80억원+(4천5백만인구수×5백원)'이다.대선후보들이 사용할 최소비용으로 선관위가 추산한 80억원에 인구 1명당 5백원씩을 곱한 2백25억원,이 두가지를 더한 것이다.
92년 김영삼(金泳三).김대중(金大中).정주영(鄭周永).박찬종(朴燦鍾)후보등이 출마했을 때의 법정 한도액은 3백67억원이었다.내년 대선비용은 5년전보다 오히려 60억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돈을 적게 쓰고 선거를 치른다면 좋기는 하 지만 고개가갸우뚱해진다.과연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공선협등 시민단체들도“역대 대통령 선거때마다 수조원씩이 풀렸는데 명목상의 선거비용 수치만 적게 잡는다고 공명선거가 이뤄지느냐”며 회의적인 태도다.
이에대해 선관위 임좌순(任左淳)선거실장은“92년과는 분위기가많이 달라졌다”며“언제 누가 폭로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금권을동원한 유세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되는 선거비용을 조목조목 따져보면“각 후보는 3백억원 이내만 써야한다”는 규정은 아무래도 지켜지기 힘들 것같다.가장 기본적인 소형인쇄물을 보자.내년의 예상 유권자는 약 3천2백만명,1천2백만~1천3백만가구다.
가구마다 1백원짜리 우표를 붙인 소형인쇄물을 1통만 보내도 십수억원이 든다.
인쇄물은 책자형.명함형.전단형등으로 나뉘는데 책자형의 경우 후보마다 컬러판으로 만들테니까 유권자 숫자만큼 찍어내는데만도 수백억원이 필요하다.홍보물을 신경써 만들다 보면 법정한도액 3백억원이 바닥날 판이다.
선거운동원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규모조차도 짐작하기 힘들다.
현행 선거법은 15개 시.도와 3백여개 구.시.군,2천5백~2천6백여개의 읍.면.동등에 각 1명씩 모두 3천여명의 유급선거운동원을 두게 하고 있다.하루에 받는 일당은 약 3만~7만원.그래서 선관위는 공식선거운동기간 22일×선거운동 원 약 3천명×일당과 실비 약4만~5만원=3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거라고본다.그러나 여야 조직국 관계자들은“한마디로 웃기는 계산”이라고 말한다.22일간만 선거운동을 한다거나 일당을 몇만원으로 잡은 것,선거운동원 숫자를 3천명으로 계산한 것 모두가.비(非)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신한국당 기획조정국 관계자는“지구당별 청중동원 비용과 사조직운영비를 합치면 선관위가 추정하는 30억원의 1백배는 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나 보라매공원을 비롯,전국에서 대규모 유세 경쟁이 붙으면 주판알로는 계산하기 힘든 돈이 뿌려진다.청중을 실어나르는 교통비에 무대.대형스피커.현수막.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각종 기구등은 물론 초청연사및 연예인.경비요원등 다 돈 이다.과거같은 일당지급 청중동원이 없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서울출신 국민회의 A의원도“전체 3백억원으로 대선을 치른다는건 말장난”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는 아무리 많은 돈을 쓰고 불법을 저질러도일단 당선만 되면 모든게 다.면제'돼왔다.현행 선거법에는 법정선거비용의 2백분의1인 1억5천만원 이상을 초과하면 당선무효도가능하다.그러나 내년에 새로 뽑힐 대통령에게 이 조항이 곧이곧대로 적용될거라곤 아무도 안믿는다.선거비용 한계조항은 대통령선거에선 유명무실한 셈이다.
결국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관건인데 지금같은 정치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그래서.돈안쓰는 깨끗한선거'를 위해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기만 하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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