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뛰는방송인>12.MBC라디오 서경주 P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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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화란 지구촌 속에서 우리의 좌표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MBC 라디오국 서경주(40.사진)PD의 세계화론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그가 91년 4월부터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을 동시에 맡고있는.세계는 지금'(표준FM 95.9㎒.월~금 저녁8시10분~9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전세계 26개국에 거주하는 언론인.유학생.상사주재원등 30명의 통신원들을 전화로 연결,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가 청취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단순한 외신이 아니다.어떤 나라의 개각뉴스보다는 사회면에 1단으로 실린 휴먼스토리나 신상품 소개를 더 중시한다.그속에 살아가는 지혜가 숨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KBS정책연구실이 정치.경제.언론.법조.학계등 여론선도층 인사 2백96명을 대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두번째로 꼽힌데서도 이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프로그램 진행에 드는 한달 전 화료만 4천만원선.단위 프로그램으로는 최고일 것이라는게 서PD의 귀띔이다.이달부터 전화료는 더 늘어난다.상파울루.베오그라드.타이베이.
몬트리올.중국 옌볜(延邊)등에 통신원을 늘렸기 때문.
지난 2일부터 유니텔에서 문자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접속건수가 생각보다 많아 내심 뿌듯하다고 털어놓는다.
시차가 다른 세계 각지를,그것도 생방송으로 50분간 전화 연결하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출근하자마자 각종 일간지 국제면을 훑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 유수의 신문.잡지 기사를 일일이 검색해야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래도 서PD는 자신의 일이 즐겁다.대전출신으로 충남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83년 MBC에 입사한 서PD는 라디오를 통해 어릴적부터 관심이 있던 국제 소식을 직접 전해줄 수 있게돼 더좋다고 말한다.
영상시대에 라디오가 더 마음에 든다는 이유는 뭘까.
“방송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라디오의 부활이 시작됐습니다.라디오가 비디오 스타를 죽인 거죠(.비디오 킬 더라디오 스타'란 노래 제목을 뒤집은 말).교통혼잡에 따른 출퇴근 시간 증가,여가 시간 확대로 라디오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갈것입니다.” 그가 라디오의 부활을 위해 하고싶은 얘기는 두가지다.골치아픈 사회문제는 일단 회피하려는 분위기,그리고 청취율을위해 인기 연예인 위주로 진행하려는 풍토는 이제 개선돼야 한다는 것. 그가.세계는 지금'외에도 틈틈이 선보이는 국제관련 프로그램이 요즘 국내외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52부작 시리즈.21세기에는 한국이 일본을 앞선다'는 올해 방송협회가 뽑은 라디오부문 다큐멘터리 우수상에 뽑혔고 아침부터 잘때까지 영어 공부에 매달려있는 우리의 현실을 소리로 그려낸.세계화 시대의 영어열기,영어 열병'은 지난달 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ABU)이 선정한 라디오 시사보도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현재 서PD는.21세기를 준비하는 21가지 방법'이라는 특집기획물을 준비하고 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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