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정부 정책기조 한 치 변화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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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右)가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같은 당 송광호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론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직답을 피했다. [김상선 기자]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 발표 이후 비수도권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지방 달래기’에 나섰다.

3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정례 회동에서 “선(先) 지방발전 지원,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이며 한 치의 변화도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차명진 당 대변인이 전했다. 오찬을 겸해 이뤄진 회동은 오전 11시50분부터 2시간30여 분간 이어졌다.

박 대표는 먼저 “금융위기를 잘 넘겨서 국민이 안도하고 있다”며 “실물경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통령이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실물경제는 국내 문제이니 국회가 잘 협조해 달라”고 화답했다.

이어 박 대표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지방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현 정부 국토운영 정책의 기조는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 완화’이며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5+2 광역경제권’ ‘30개 선도 프로젝트’ 등 현 정부 출범 후 선정한 지방지원 대책 10여 가지를 직접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수도권 규제 합리화로 인해 발생할 개발이익을 전적으로 지방에 이전해 지방발전 프로젝트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안을 마련해 2010년까지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11월 말에 종합적인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선 지방과 수도권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정치권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허태열·송광호 최고위원 등 지방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희태 대표는 “지방발전을 위한 큰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 오늘 청와대 회동에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박근혜 전 대표도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환경 개선 등 현실적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전면적으로 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 라디오 연설=이 대통령은 이날 KBS1과 교통방송 라디오 등을 통해 방송된 두 번째 라디오 연설에서 “정부가 신용보증 한도를 크게 늘리고 수출 중소기업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지원이 현장에서 제때,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꼼꼼히 챙기겠다”며 “지금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재정지출 확대방안에서도 중소기업에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할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이가영 기자, 사진=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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