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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살해 청부’ 명문대 박사의 때늦은 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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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편이 저와 자식을 죽이려 했다고요. 믿을 수 없어요….”

주부 김모(35)씨는 최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으면서 울먹였다. 그녀의 남편은 이공계 명문대 박사 연구원이었다. 그녀도 남편과 같은 대학 석사 출신으로 대학때 만나 결혼에 골인한 겉보기에는 부러울 것 없는 커플이었다. 그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남편이 자신과 두 아들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끝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경남경찰청은 3일 가족을 살해해 달라고 청부한 혐의(살인 예비음모)로 권모(34)씨와 권씨의 부탁을 받고 돈을 가로챈 박모(29)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8월 박씨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 심부름 센터에 접속해 부인과 아들 2명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해 달라며 착수금 명목으로 150만원을 박씨에게 송금한 혐의다. 그러나 박씨는 돈만 가로채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권씨는 경찰조사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는 기간이 동료들 보다 2년 더 걸린 8년이 소요됐고, 미래직장도 불안해 부담스러운 가족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결과 권씨는 2000년 11월 김씨와 결혼 한 뒤 두아들(6, 2세)을 두고 있다. 집이 학교 가까이 있지만 연구한다며 가족을 멀리해 왔다고 한다. 권씨는 학사, 석사, 박사를 같은 대학에서 마친 뒤 지난해 부터 박사후 과정에 적을 둔 계약직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다른 대학에도 출강 하고 있었다. 권씨는 “사기꾼 한테 걸려 범행이 실행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며 뒤늦게 고개를 떨꾸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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