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프라를세우자>10.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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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올해만큼 미술계의 집중공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지난해 학예직들의 잦은 이직과 예정된.자코메티전'무산으로 시작된 비난이.올해의 작가전'에 무대미술가를 선정함으로써 감정싸움으로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소장품 작가들에게 저작권 양도를 요구하는 서한이 말썽을 일으키고.대상수상 작가전'에 동명이인 작가의 엉뚱한 작품을거는 실수가 이어지면서 미술계 전반에 불신을 심어주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한편에서는 동정론이 제기된다.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한 단편적인 사건들을 너무 과대 해석한다는 것이다.하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는 있다.
먼저 인력문제를 살펴보자.
전체 91명의 직원 가운데 전문직인 학예직 정원은 14명이지만 학예연구실장직을 비롯해 모두 네자리가 비어 있다.현재 근무하고 있는 10명 가운데 4명은 입사 1년 미만이다.이렇다보니연간 10여건의 기획전시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 한 노련한 큐레이터 일손은 늘 모자란다.
그렇다면 왜 자꾸 미술관을 떠나갈까.미술관내 인화문제를 꼽는사람도 있지만 가장 수긍이 가는 이유는 직제상 문제.전문성이 요구되는만큼 적절한 대접을 못받고 있는 현실이 미술관을 떠나가게끔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이야기다.
관장(2급)밑에는 전시과.섭외교육과.관리과가 속해있는 사무국과 학예연구실이 있다.사무국장이 3급인데 반해 학예연구실장은 4급이다.바로 이 급수가 미술관 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 몇년사이 상황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직도 많은 권한이 일반 행정공무원들에게 편중돼 있어 학예연구실이 눈치안보고독자적인 기획을 하기 어렵다.
여기에 학예연구사 입사 5년(석사는 3년)이면 보게 되는 학예연구관 승급시험도 걸림돌이다.박물관과는 달리 인사교류 기회가전혀 없는 상황에서 시험에 떨어지면 심리적 압박으로 미술관을 떠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
역시 가장 큰 문제는.돈'.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예산이 없으면 소용없다.외국의 경우 각종 기부금과 미술관 회원제 운영으로 이를 충당하지만 우리는 정부예산 외에는 돈들어올 곳이 별로없다.문화투자에 인색한 우리 기업에도 문제가 있 지만 후원회 성격의 단체인.사단법인 현대미술관회'가 활성화돼야겠다는 지적도많다.현재 이 단체는 직접 기부를 받을 수 없는 국립기관을 대신해 돈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본연의 기능인 작품기증과 기부보다.현대미술관 아카데미 '강습에 지나치게 치중하고있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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