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가 갤러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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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낙서 등으로 지저분하던 지하도를 갤러리로 바꾸면 어떨까.

포항에서 실제 이런 사업이 펼쳐져 눈길을 끌고 있다. 북구 흥해읍 흥해중학교 앞 지하도가 바로 그 곳이다.

포항시는 길이 50m인 지하도 양쪽 벽면 100m에 평면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게 2500만 원을 들여 이달부터 공사를 하고 있다. 지하도 가운데의 왕복 2개 차로 외에 사람이 다니는 양쪽 인도에 차단막을, 지하도 벽면에는 투명 유리가 달린 게시판 등을 설치하고 있다.

터널 형식의 갤러리를 만들어 차가 지나다녀도 소음·먼지 피해가 없는 상태에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1980년대 초 개통된 이 지하도는 그동안 낙서와 오염물로 얼룩져 있었다.

포항 흥해중학교 앞 지하도에 설치될 전시공간 모습. 포항시가 이곳을 갤러리로 만드는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달 중순 공사가 끝나면 이곳은 ‘흥해 이팝 작은 갤러리’로 정식 문을 연다. 이팝은 해마다 5월이면 흰 쌀밥 같은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에서 따왔다. 흥해는 지하도 인근에 천연기념물인 이팝나무 군락지가 있는 등 이팝나무로 유명하다.

이곳은 가로·세로 각 90㎝ 미만 작품 80여 점을 전시할 수 있다. 전시장의 높이는 2.2m, 너비는 1.5m 정도다. 포항시는 시민과 미술인들로부터 작품을 공모해 개관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에는 일반인·예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작품전시와 사진 공모전 등을 여는 등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시는 지저분한 지하도로를 개조해 시민에게는 문화향유권을, 지역작가에게는 전시공간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갤러리는 빈민층 등이 거주하던 곳에 설립된 뒤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주변 환경까지 변화시킨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포항시 문화관광과 권태흠(49)담당은 “낙서와 오염 등으로 칙칙하던 지하도의 활용 방안을 찾던 중 갤러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며 “누구나 찾고 싶은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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