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소수의견 재판관 왜 공개안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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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결국 소수 의견을 공개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이에 따라 누가 파면 의견을 냈고,누가 기각 의견을 냈는지,그 숫자가 어떻게 되는지 모두 알 수 없게 됐다.

선고 4~5일전부터 소수 의견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헌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었다.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의 이름을 공개할 경우 9명 전원의 의견이 드러나 이를 피해가려 했다는 것이다.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서는 '공개해야 한다'는 쪽이 70% 이상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까지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그 근거와 이유는 뭘까.

헌재는 정치적 고려가 아닌 법리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헌재는 법률적 배경으로 헌재법 34조와 36조를 들었다.

헌재법 34조1항은 '심판의 변론과 결정의 선고는 공개한다.다만 서면 심리와 평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돼있다. 재판부가 주문을 결정하는 평결 절차 역시 평의 내용이므로 여기에서 나온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 모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36조3항은 '법률의 위헌심판,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에 관해 재판관은 결정문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탄핵심판이 평의 결과 비밀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관 개인 의견및 의견의 수를 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의 설명도 일리는 있다. 재판관 의견 의무 표시 규정 대상에서 탄핵심판을 빼놓은 것을 두고 "재판관들이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않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이므로 의견을 기재하지 않는 것이 맞다"(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설도 있기때문이다. 탄핵소추가 기각돼 대통령이 복귀하는 이상 굳이 탄핵돼야 한다는 의견을 누가 냈다고 밝히는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헌재의 선택은 몸사리기 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평의 비밀의 원칙을 적용한 것은 무리한 법해석이라는 지적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이석연 변호사는 "평의 비밀의 원칙에 따라 소수 의견을 공개할 수 없다면 평의에서 결정된 선고기일 등 재판 일정 모두를 공개할 수 없다.미리 만들어 놓은 결론을 위해 헌재법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외국의 예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 김종철 교수는 "독일이 1970년부터 탄핵소추의 소수 의견을 공개키로 한 것은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면서 " 헌재의 결정에 신뢰를 심어주는데 중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헌재의 선택은 법리를 충실히 따른다는 명분 아래 재판관들이 정치적인 소용돌이에서 한 발 뺄 수 있는 실리를 챙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헌재는 결정문에서 '평의 비공개 원칙은 평의 절차에 관한 것이며 결과에 관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혀 소수의견 개진을 놓고 재판관간 격론이 오갔음을 짐작케 했다.

전진배<기자allon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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