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전직은 "해커" 지금은 "사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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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태봉(金泰奉).23세.출판사 소리소문미디어 대표.충북제천세명대 경영학과 4학년 재학중.PC통신 하이텔을 무대로 이름 날리던 해커 전력(前歷).사업개시 4개월동안 매출액 2억원.내년 목표 12억원.
▶신용수(辛容壽).27세.인터넷 전문업체 코디넷 대표.중학시절부터 유명 컴퓨터 시스템 넘나든 이름난 해커.홍익대 경영학과졸업.창업 2년째인 내년 매출목표 10억원.
▶박종만(朴鍾晩).31세.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게임CD롬 전문업체 아담소프트 대표.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공학과 졸업.게임에인공지능기법 도입.
▶김도형(金度亨).24세.인하대 4년.자칭.전자게시판(BBS)의 악동(惡童)'.그래픽전문회사 모래와 거품(SAF)대표..C그래픽이야기'저술.
▶권혁빈(權赫彬).24세.서강대 전자공학과 3학년.인트라넷 전문업체 인스리서치 대표.국민학교때부터 컴퓨터 시작.PC통신 해킹 경험 바탕으로 정보보안업에 투신.
컴퓨터에 관한 뛰어난 지식을 바탕으로 한때 허락없이 컴퓨터통신망을 넘나들거나 남의 프로그램 엿보기를 즐겼던 유명무명의 컴퓨터 해커들이 속속 창업대열에 나서 화제를 낳고 있다.대학 재학중이거나 갓 졸업한 이 X세대 창업주들은 인터넷 웹비즈니스.
온라인게임.CD롬등 국내 정보통신분야의 각종 콘텐츠(내용물)사업 분야에 당찬 얼굴로 명함을 내밀었다.
이들이 진출한 업종은 컴퓨터 관련 출판업,게임부문과 네트워크보안업등으로 해커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들이다.조직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해커들의 공통점도 이들의 창업을 부추긴 한가지 요인이다.지난 8월 소리소문미디어란 출판회사를 설립한 김태봉씨는 하이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많이 알려진 해커로 지난해.파워해킹테크닉'에 이어 지난달.해킹X파일'이란 해킹해설서를 펴냈다.그의 사업영역은 출판업과 시스템보안업..서세원,컴퓨터와 바람났네'에 이어.게임 에디터'등 4권 이 곧 선보인다.
***음지에서 양지로 여러사람이 인터넷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중인 신용수씨도 해커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6월코디넷이라는 회사를 차렸다.그는 지난 90년 고려대 생물학과에입학했으나 못다 이룬 컴퓨터에 대한 꿈때문에 4년뒤 홍익대 경영학과 에 다시 들어갔다.하이텔 컴퓨터 명인 모임.하이멤'초창기 멤버인 그는 다년간 해킹 경험을 갖고 프로그램짜기등 프리랜서로 번 돈으로 역시 해킹경험이 있는 홍성민(洪性民.서강대 전자공학과 3학년.21)군등 3명의 후배들과 자본금 5천만 원으로 회사를 세웠다.내년 매출 10억원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는중. 컴퓨터바이러스로 남들을 골탕먹였던 악동도 회사를 세웠다.
12월중.컴백,태지 보이즈'라는 서태지를 소재로 한 게임CD롬을 출시할 아담소프트 박종만 사장이 바로 그 사람.생물학을 배운 그는“인간 몸속의 바이러스와 컴퓨터속의 바이러스가 다를 바없다”는 .소신'으로 학창시절 장난기어린 각종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지난 9월 설립한 회사의 내년 매출목표는 8억원이상으로 잡았다.
이들 해커 창업자의 한결같은 신념은 남이 안하는 것을 한다는것.자신들과 같은 세대인 젊은이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신용수씨는“아무리 우수한 컴퓨터기술을 갖고 있어도 해커로 음지에 있으면 남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며“해커라 해도 뚜렷한 범죄행위가 아니라컴퓨터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서 표출된 행위는 이해하고 포용하는분위기가 자리잡히면 유능한 젊은이들의 창업이 활성화될 것”으로내다봤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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