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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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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산에 있으면 행복하다는 사람이 있다. 침묵할 때 열리는 청각에 대해 말한다. 바람소리, 개울물 소리, 청설모 나무 다듬는 소리, 꽃이 피는 소리…. 우주는 참 아름답다.

장면 1: “아랫녘 장터에 큰 싸움이 났다. 한 끼 국밥의 따사로운 정서는 어디로 가버리고, 딴짓거리·말썽거리에 많은 사람이 피곤해 한다.”

장면 2: “패거리 지어 다니는 각다귀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곰국 끓여 놓았다. 먹고 쉬거라.”

‘-꺼리’로 흔히 잘못 쓰는 장면 1의 ‘-거리’는 장면 2의 ‘-거리’와 성격 면에서 차이가 있다. 말썽거리와 함께 걱정거리·구경거리·흥정거리 등의 ‘-거리’는 어떤 일의 소재나 대상, 내용이 될 만한 요소를 뜻한다. 일이 성립되고 효력을 발생케 하는 명사로서 기능이 있다.

이에 반해 장면 2의 ‘-거리’는 말을 속되게 하거나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어법상 불필요하다. 짓거리·떼거리에서 더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달(月)·해(年) 뒤의 ‘-거리’는 어떤 현상이 주기적으로 일어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해거리하는지 올해 복숭아 농사가 안 됐다”가 예문이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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