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귀’ 먹은 현대인들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음악을 좋아하는 대학생인 20세의 이 모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습관적으로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해서 들어왔다. 통학을 할 때나 공부를 할 때 이어폰을 끼는 것이 익숙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가 무슨 음악을 듣고 있는지 바깥으로 다 들릴 정도로 소리가 컸다.

그런 그의 별명은 어느 날부터 ‘사오정’이었다. 주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생긴 별명이었는데 혹시나 해서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그는 평균 나이대에 비해 고주파에서 소리를 잘 못 듣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차후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젊은 나이에 난청이 올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비단 이 모 씨만의 일이 아니다. 휴대폰, MP3, 아이팟 등이 늘어나면서 이를 즐기는 이들도 많아졌고, 생활 곳곳에 소음환경이 크게 차지하게 되었다. 이렇듯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청력에 문제가 생겨 난청이 생기거나, 차후 난청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난청족’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

장시간 강한 소음에 노출되어 난청이 진행
소음성 난청은 문자 그대로 소음으로 인해 귀가 나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도심 속 현대인들의 귀는 항상 피곤하다. 예민해진 귀가 강한 소음에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다. 소음이 너무 컸거나 장기간 들어서 청각세포가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손상이 되면 귀가 일시적으로 잘 안 들리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난청이 되는데 이를 ‘소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소음성 난청의 경우 고주파의 소리를 먼저 잃어가게 된다. 대표적으로 여자 목소리나 아이 목소리를 듣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남자의 저음 목소리에 비해 여자나 아이들의 목소리는 고음이기 때문이다.

또 들리는 말소리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스, 츠, 쯔, 크, 프 즈, 흐’와 같은 자음이 포함되었을 경우 더욱 단어를 알아 듣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소음성 난청은 소음에 노출 된 후 급격히 일어나고 더 이상 크게 증가하지 않는 감속 과정을 밟는 것이 특징이다.

혹시 주변의 여자 상사나 여자 동료들의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해 고생한 적이 있다거나, 위에서 언급한 자음이 포함된 단어를 못 알아 들은 적이 있다면 혹시 소음성 난청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남성 직장인들 중에서는 이명을 동반한 소음성 난청을 겪고 있는 이들도 많다. 특히 군대에서 사격이나 포격에 노출될 때 소음을 차단하지 않아 이명증세나 소음성 난청을 겪는 경우도 많다.

젊은 층의 MP3, 이어폰 사용 주의 필요
일상에서 대화를 할 때 음량은 60dB 정도이며 도로소음은 80dB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생활 소음 중 75dB 이내의 소리는 아무리 오래 노출되어도 청력손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만약 110dB에서 1분 이상 규칙적으로 노출 될 경우 영구적 청력 소실의 가능성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또 90dB 소음에 40시간 정도 노출되면 전체 인구의 85%는 안전하지만 15%는 청력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MP3나 이어폰의 경우도 볼륨을 최대로 높이면 100dB~120dB이 된다. 그러므로 MP3나 이어폰을 크게 해서 지속적으로 들을 경우 소음성 난청 초기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의 경우도 100~115dB이 측정되어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직업상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면 청력 보호 장비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한계수준은 하루 115dB에 15분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평균 85dB 소음에 노출된 근로자나 하루 여덟 시간 이상 소음강도에 노출된 사람은 의무적으로 1년에 한 번씩 귀 검사가 가능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음성 난청, 평소 예방이 중요
청력이 서서히 약해져서 의사소통이 불편한 상태가 되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혹시 못 알아 들을까 봐 대화를 불편해하고, 점점 성격도 소극적으로 바뀌어 간다. 또 귀의 평행기능 장애가 발생하거나 전신피로, 수면 장애가 유발되기도 하고, 순환기에도 작용해 고혈압을 유발, 소화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음성 난청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소음성 난청은 실질적으로 한번 손상되면 치유되기가 힘들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그러므로 소음성 난청은 지속적으로 예방을 하며, 조기에 발견하여 상담 등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큰 소음에 단기간 노출되었을 경우(급성 음향외상) 응급조치로써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스테로이드 요법, 아스피린, 비타민 E 병합요법이 가장 좋은 회복률을 보이는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소리케어 이비인후과 네트워크의 서재범 원장(코아이비인후과, 포항)은 “소음성 난청은 예방이 중요한데, 약간이라도 귀가 잘 안 들리다 싶을 때는 정확한 귀 검사를 통해 자신의 청각을 체크해 봐야 하며, 더 이상 난청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또 젊은 층의 경우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과 평소 음악을 너무 크게 듣는 것과 너무 오래 듣는 것 모두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소리케어 이비인후과 네트워크 서재범 원장(코아이비인후과, 포항)

조인스닷컴 최은숙(Joins.com)

Tip >>> 난청 자가 테스트
1. 전화 통화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2. 동시에 둘 이상의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3. TV 소리를 너무 크게 해서 주변에서 불평을 합니까?
4. 대화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까?
5. 시끄러운 장소에서 소리를 듣는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6. 다른 사람에게 반복해서 말해주기를 청하기도 합니까?
7. 대화하는 많은 사람들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입니까?
8.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잘못 이해하고 부적절하게 반응하기도 합니까?
9. 아이들이나 여자들의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까?
10.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잘못 이해해서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까?

*이 중 세 개 이상 ‘예’라고 대답했다면 귀 검사가 가능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난청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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