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들 매춘.폭력 잇단 영화화-신인감독들 충격세태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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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무서운 10대'를 그린 영화들이 잇따라 제작된다.
가리봉동 가출촌에서 매춘에 종사하는 10대 소녀들,그들과 동거하는 또래 소년들의 충격적인 실상을 실제인물들을 동원해 그리는.청춘학살'(가제.감독 임상수).
록카페에서 이성친구와 동거하고,약물과 굉음에 절어사는 10대펑크족들의 일상을 다룬.드럭'(감독 정희헌)..청춘학살'은 12월,.드럭'은 내년 1월 크랭크인한다.
두 신인감독에 이어.꽃잎'의 장선우감독도 본드 흡입,폭주족 생활,단란주점 취업등으로 전전하는 거리의 10대를 소재로 한 리얼리즘물.나쁜 영화'(가제)를 차기작으로 기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신인감독이 묘사할 10대들의 모습은 한마디로.악'소리 그 자체여서 기성세대에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이 백출할 전망이다. .청춘학살'에선 아무런 부끄럼없이 아버지뻘 남자들에게몸을 파는 10대의 매춘장면이 암시적으로 묘사되고,.드럭'에서는 아리랑치기를 일삼고 어머니뻘되는 여인을 태연히 구타하는.막가파'식 고교폭력배들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10대영화는 말썽은 부리되 기성질서는 거스르지 않는장난꾼들을 다룬 코믹물이 대종이었다.
그러나 두 영화는 길들여지거나 희화화한 청소년들 대신 부모.
학교에서 이탈해 야생동물처럼 사는 10대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기성세대의 무관심과 폭력으로 비뚤어진 주인공들이 동거.매춘.
약물등 비정상적 생활로 치닫다가 사회의 벽에 부닥쳐 무너지는 것이 영화의 골조.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의 절망적 행태라고 동정하기에는 이들의 행동이 너무 이기적이고 무자비해 선뜻 믿어지지않는 측면도 있다.
두 감독은“이런 행태는 가리봉동.돈암동등 10대 골목에 가면금방 목격되는 엄연한 현실”이라며 오히려 이를 외면하는 기성세대의 위선적 엄숙주의가 영화의 궁극적 타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제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고교생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아직 기성세대는 인식못했다.”이 무지 자체가 그들이 관리책임을 진 10대들에 대한.보이지 않는 죄'란 것이 두 감독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이 공감을 얻기 위해 영화가 넘어야할 산은 상당히 높아보인다.고교생 관람가 판정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은.
세친구'의 예에서 보듯 10대에 대한 자연주의적 묘사에 익숙하지 못한 사회환경에서 영화가 단순하고 평면적인 묘 사에 머무를경우 두 감독의 의도가 어떻든 오히려 사회의 치부를 악용한 상업주의로 비판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10대문제는 계층간 단층화와 해체현상이급격히 진행중인 요즘 사회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적 창구”라며“문제청소년들과 몇달간 같이 살며 시나리오를 썼고,이들중일부를 직접 출연시켜 리얼리티를 높이는등 영화 의 문제의식을 공감할 수 있는 전략마련에 연출의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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