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패션>패션 새바람 '속옷 같지 않은 속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패션의 초점이 겉옷에서 속옷으로 이동하고 있다.란제리.이너웨어.언더웨어.보디슈트등의 이름으로 .몸에 가장 가까운 옷,제2의 피부,최초의 옷이자 최후의 옷,가장 은밀한 패션'등으로 의미를 부여받아온 속옷이 패션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 하고 있는 것이다.중요한 흐름은 언더웨어의 패션화 경향과 겉옷화 경향.속옷은 이제 .속에 입는 옷'이라는 전통적인 테두리를 넘어서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언더웨어 전문 전시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매년 1월 파리,9월 리옹에서 열리는 언더웨어 브랜드 전문박람회인 .살롱 인터내셔날 드 라 란제리'전시회에 한국바이어의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이 행사의 홍보책임자인 마리 지네스에 따르면 지난 전시회의 한국인 방문자는 4백여명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란제리및 언더웨어 브랜드를 직수입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는 붐이 일어나고 있다.올해만 이미 9개의 새로운브랜드가 국내에 생겨났고,대기업들이 언더웨어 사업에 본격적으로진출하고 있다.
코오롱상사의 란제리 브랜드.르페',동일방직의.자키',신세계인터내셔널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일경물산의 .크리스티앙 디오르 언더웨어'.게스이너웨어',태평양화학의 .렛쎄스',와이케이인터내셔널의 .에밀리오 까발리니'등이 대표적 인 브랜드들.한편 신세대를 타깃으로 한 속옷취급 전문가게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압구정동등 패션구역에는 야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팬티와브래지어를 수입.판매하는 전문 체인점이 성업중이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속옷은 패션의 대상이 아닌 기본적인 생활용품으로 머물렀다.순면소재 위주의 기능적이고 획일적인 디자인으로 만족했었다.이른바 .독립문표'와 .쌍방울표'로 상징되던시대였다.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국내의 언더 웨어업계에 패션의 바람이 강타하기 시작했다.변화의 물꼬를 튼 주역은 연예인주병진씨가 전개한 .제임스딘'이었고,신세대를 타깃으로 과감성과특유의 유머를 가미한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두며 언더웨어의 패션화 바람에 불을 붙였다.
언더웨어의 패션화현상은 어느덧 남성과 중년층으로까지 파급되고있다..HOM'.트레노'.오마샤리프'.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캘빈 클라인'등은 남성지향의 언더웨어 전문브랜드들이다.
독특한 속옷매장도 늘어나고 있다.야하고 독특한 언더웨어만 모아 파는 압구정동의 .팬티하우스'는 체인 형태의 언더웨어 전문매장이다.여기에서는 고객의 다양한 체형을 배려,일부 품목은 맞춤으로 진행하며 개성적인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도 록 다양한 품목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 패션성이 강한 속옷을 찾는 심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경우엔 무엇보다 몸매의 아름다움과 섹시함을 살려주며 체형을 아름답게 교정해준다는 점,사회적으로 억눌린 개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점,자기 스타일의 완 성 욕구 외에도 개성있는 속옷을 통해.결정적인'순간에 자기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어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패션트렌드 전문가들은 최대한 압축된 옷을 주장하는 .미니멀리즘'의 지배가 언더웨어의 위상을 높여준 것으로 평가한다.특히 허리가 미적 포인트로 강조되면서 허리를 드러낼 수 있는 짧은 상의가 유행했고 이런한 방향은 결과적으로 란제리에 가까울만큼 작고 가벼우며 과감한 스타일의 겉옷 개발이 촉발됐다는 것.속옷의 겉옷화 현상은 90년대 중반부터 .란제리룩'이라는 뚜렷한 흐름을 만들면서 고급패션쇼 무대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언더웨어의 기호는 개성과 특징이 강한 캐릭터 감각의 브랜드들로 모아지고 있다.남성에게는 화려한 프린트의 복서 트렁크와 허벅지가 깊숙이 팬 프렌치타입의 팬티가 인기다.
여성용은 몸매를 개선시켜주는 하이테크 제품,프랑스의 전통적인파운데이션 란제리,이국적인 분위기의 디자인등으로 분산되고 있다.몸에 밀착되는 스트레치 스타일의 유행과 함께 신축성소재로 만들어 겉옷으로까지 입을 수 있는 보디슈트가 주목 받고 있다.
앞으로 언더웨어의 취향은 점점 다양해지고 고급화될 것이며 도시문화의 성숙과 함께 언더웨어시장은 더욱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활동성과 섹시함이 강조된 단순한 디자인이 가장 선호되겠지만 몇갈래의 범주에서 발전이 예상된다.
이를테면 고상하고 복고적인 언더웨어의 선호,보다 섹시하고 야한 느낌의 추구,보다 활동적이고 기능성이 뛰어난 제품 추구,묘하고 독특한 변형스타일의 추구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특히 과거의 속옷스타일을 첨단소재와 가공기술로 접목시킨 새 로운 언더웨어 디자인의 출현이 예견된다.전통과 혁신의 조화라는 과제 또한언더웨어를 비켜가지는 못할 것 같다.
□ 김형암(패션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