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들이 지시한대로 포로 학대 포즈 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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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린디 잉글랜드(21.여)일병은 두장의 사진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하나는 미소를 띤 채 벌거벗은 이라크 남성 포로의 성기를 향해 손가락으로 총을 쏘듯 가리키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알몸 포로의 목에 매인 끈을 들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는 11일 밤 방송된 미국 덴버 지역방송사 KCNC 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상관들이 지시한 대로 포즈를 취했으며 그들은 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내가 아는 전부"라고 말했다.

린디 일병은 포로의 성기에 총을 쏘는 시늉을 한 사진과 관련, "엄지 손가락을 올리고 카메라를 보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촬영이 끝난 뒤 상관들에게 사진이 잘 나왔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포로 학대가) 기괴한(bizarre)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상관들은 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고문과 모욕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고 술회했다.

린디 일병은 "우리는 우리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상부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린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지휘계통에 있는 사람"이라고만 밝혔다.

심리전 전문가이자 군 법무관 출신인 라샤드 변호사는 "정보기관의 비밀요원들이 수용소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포로 학대 사건도 정보기관이 주도했음을 암시했다. 그는"포로들에게 굴욕감을 주기 위해 정보요원들이 잉글랜드를 활용했으며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진들은 다른 포로를 신문할 때 협박 도구로 쓰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잉글랜드는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1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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