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취미·이런 삶] 선인장 300여종 기르는 류시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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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하우스 안의 선인장을 돌보고 있는 류시찬씨. [양광삼 기자]

"선인장만큼 모습이 다양한 식물은 없습니다. 둥근 것은 물론 사각형이나 오각형도 있고, 크고 작은 혹 같은 게 모여 표현하기 어려운 형태의 것들도 있죠. 끈 같이 생긴 것도 있죠."

광주시교육청 교육시설감리단의 류시찬(46)씨는 광산구 송산동 세동마을에 있는 고향 집 마당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취미로 선인장을 기르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부모 문안을 겸해 집에 들러 선인장을 돌본다.평소엔 부모의 손을 빌려 비닐을 걷고 덮는가 하면 겨울엔 연탄 난로를 펴 통풍과 온도를 관리한다.

"6년 전께 구형(球形) 선인장 하나를 기르다 나팔 모양의 하얀 꽃에 반해 선인장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선인장을 하나 둘씩 사거나 얻어 기르던 그는 어느 새 서울 출장 길 또는 일삼아 휴일에 경기도의 선인장 전문 농장까지 찾아 다니게 됐다.

수가 늘어 자기 집에선 감당할 수 없자 5년 전 고향 집에 15평짜리 비닐하우스를 쳤고, 3년 전 30평을 더 늘렸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300여종에 이른다. 다육식물은 줄기나 잎이 수분을 많이 함유하는 저수조직이 발달하여 두터운 육질을 이루고 있는 식물을 말한다. 선인장류도 다육식물에 포함되지만 선인장류만도 3000종을 넘을 정도로 거대한 식물군을 이루고 있어 보통 선인장을 따로 분류한다.

골이 크고 수가 적으면서 가시가 단단한 '강수'와 15년이나 됐어도 지름 20㎝밖에 안되지만 빨간색 가시는 일품인 '적봉', 우리나라 기후에 잘 안 맞아 더욱 정성을 쏟아야 하는 '자태양', 기품이 있어 보이는 기둥 선인장 '변경주', 수년간 꽃이 피고 진 자리가 켜켜이 쌓인 구름 선인장 '층운' 등은 그가 특히 더 아끼는 것들이다. 개중에는 오래 묵고 자태가 빼어나 수십만원을 준다고 해도 팔지 않은 '작품'도 있다.

"가시에 찔리는 일은 이제 면역이 됐고, 용돈은 물론 여가 시간을 죄다 쏟아 부었죠."

선인장은 봄철마다 흙을 갈아 줘야 해 휴가를 얻어도 선인장과 씨름해야 했다.

몇달씩 물을 주지 않고 내팽개쳐 놓아도 죽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게 선인장. 그러나 종류에 따라 물과 볕을 좋아하는 정도가 다르고 온도 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선인장을 가장 선인장답게 하는 가시의 길이.굵기.강도.수와 몸체 모양 등이 달라져 많은 손길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오랜기간 애지중지 기른 것들이 퇴화해 모양이 흉해지거나 죽기라도 하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곁에 두고 좀더 잘 관리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류씨는 "가시가 크고 강한 강자류(强刺類)를 주로 키우고 싶으며, 공간이 더 확보되면 다육식물들도 더 많이 길러 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에는 선인장을 전문으로 파는 곳으로 ▶마륵동 화훼단지 가나식물원(374-0736)과 광산구 우산동 화훼관광단지 진플라워(941-9777), 광산구 임곡동 수정화원(951-3388) 등이 있다.

이해석 기자 <lhsaa@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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