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로비제도 法制化 모색-정치권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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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안경사협회의 로비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각종 이익집단이 국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국회 로비과정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집중 제기되고 있다.
국회제도개선특위의 김중위(金重緯)위원장은 16일 『국회는 스스로의 도덕적 기초를 확립하기 위해 선진국 로비제도의 도입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金위원장은 『각종 이익단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로비를 하면 비리가 싹트게 마련』이라며▶이익단체대표들의 국회로비이스트 공식등록▶로비에 따르는 각종 법규제정등으로 관련로비의 과정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신한국당 은 이와관련,우선 이익집단의 의견표출 통로인 국회공청회를 적극 활성화하는국회법개정을 제도개선 차원에서 추진할 방침이다.
신한국당이 마련한 「공청회활성방안」은▶그간 상임위 의결사항이었던 공청회개최를 소위원회 의결로 가능토록 하고▶공청회 의사정족수를 현행 재적의원 3분의 1참석에서 5분의 1로 완화,공청회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신한국당은 특히 이번 안 경사협회의 보건복지부 로비가 행정부처 관할인 시행령의 개정에 초점을 둔 점을 중시,모법 범위를 벗어난 행정부의 작위적 월권(越權)시행령을 방지하는 개선책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이상득(李相得)신한국당정책위의장은 『국민의 이해관계를 규정하는 사항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돼야 한다』며 『향후 법개정안외에 주요 시행령도 반드시 당정협의의 점검을 거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행 법체계상 국회에 대한 로비를 통괄.규제하고 있는 법규는전무한 상태다.형법의 뇌물죄나 국회법의 의원품위유지조항.정치자금법.변호사법등 여기저기 분산된 법규가 의원들의 금품수수 처리에 원용될 수 있는 정도다.
의원윤리실천규범 또한 청렴의무와 직무관련 금품취득 금지조항을담고 있으나 단지 『이를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고만 규정해 종이호랑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입법이 의원입법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 온 사실도 국회로비에의 상대적 무관심을 촉발시켜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큰 로비는 관공서에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국회가 별다른 제도적 규제없이 부패의 싹을 잉태해 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주요법안의 의원발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안경사협회 사건에서 보듯 날로 조직화해가는 이익단체들의 전방위로비가 급증,비리를 방지할 제도적 틀의 마련이 절실해져 왔다.
미국은 로비행위규제법(FRLA)과 외국인에이전시등록법,캐나다는 로비이스트등록법등의 독자법률로 의회로비 전반을 통괄.규제하고 있다.
이같은 로비관계법에는 로비이스트의 신원,대표하는 이익집단,로비대상 사항등을 의회에 등록토록 해 규제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로비활동에 관한 재정보고서까지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오석홍(吳錫泓)교수는 『누적된 부패 관행을제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며 『안경사협회 파문을 계기로 로비이스트 등록등 로비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의 한세동(韓世東)수석전문위원은 『의회차원의 개선책은 물론 안경사협회 사건에서 보듯 그간 사각지대였던 정부의 시행령개정 과정에 대한 의회차원의 감시기능이 보완돼야 한다』고덧붙였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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