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집 낸 신경림 시인, 오현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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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백담사 주변을 거니는 신경림 시인(左)과 오현 스님.

'농무'의 신경림(69)시인과 설악산 백담사 회주 오현(72)스님이 지난해 6월부터 10여 차례 만나 여행.사랑.환경.욕망.통일.전쟁.문학 등 7개 주제를 놓고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의 육성은 책으로 묶여 대담집 '신경림 시인과 오현 스님의 열흘 간의 만남'(아름다운인연)으로 최근 출간됐다.

지난 10일 백담사에서는 책 출간을 자축하는 조촐한 자리가 마련됐다. 두 사람은 백담사 만해마을 문인의 집, 무금선원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환담을 이어갔다. 오현 스님은 시조 100여수, 시 30여편을 '심우도' '절간 이야기' 두 권의 시집으로 묶은 시승(詩僧)이기도 하다.

대담집의 '문학, 목매달아도 좋을 나무' 부분에서 스님은 시인의 시 세계를 가르켜 "잘못된 제도와 어리석음에서 인간정신을 일깨우고 화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불교시라고 할 수 있다"고 말을 건넨다. 시인은 "그렇게도 볼 수 있느냐"며 "스님은 어떤 때 시를 쓰시느냐"고 되묻는다. 스님의 대답은 "전광석화처럼 흩어지는 어떤 서러움, 기쁨의 감정을 문자로 붙들어 놓으면 시가 되지만 그것은 물에 비친 달 그림자가 손을 담그는 순간 부서지는 것처럼 건져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시인은 다시 "어떤 상(像)이 떠오르면 그것을 바로 쓰지 않고 잊어버렸다가 다시 생각나서 한편의 시로 구체화되면 그때 시를 쓴다"며 자신의 시 작법을 소개한다.

신씨는 머리말에서 대담집 독법을 소개했다. "내용이 깊이 없고 평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나 쉽고 평이한 것보다 더 옳은 진실은 없다"는 것이다. 급한 마음 붙들어매고 천천히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곳곳에서 반짝거리는 지혜를 만나게 된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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