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자화폐시대의 금융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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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은행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내년부터 예금보험이 도입되고,은행 경영에 외부인사들이 참여할 수있게 되며,합병은 제도적으로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더욱이 국내 은행들은 선진 금융기관과 직접 경쟁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은행의 경영환경을 바꾸는 근본적 요인은 이와 같은 제도적 변화라기보다 「전자기술」의 발달이다.전자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금융혁신이 일어나고 금융의 국제화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과거 은행의 독점적 영업부문이던 「결제 네트워크」분야에 전자기술의 발달과 함께 비은행금융기관,심지어 전화회사.지하철회사.
컴퓨터 소프트웨어회사등이 도전장을 내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물물교환시대를 마감하고 시작된 화폐교환시대에 은 행이 누렸던독점적 지위는 이미 시작된 전자금융.화폐시대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선진국 은행들은 수년전부터 새로운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합병,전략적 제휴,리스트럭처링,금융기관간 영역 허물기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호주의 웨스트팩은행은미국법인을 설립해 6백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었으 나 최근 전산업무를 체이스은행에 의뢰하고 현재 30명의 직원으로 같은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즉 은행간 영역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은행들도 앞으로는 경쟁기관들의 전략을 상정하면서 게임을 해나가야 한다.국내 대부분의 은행은 점포및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증설을 통해 종합대형은행을 추구하고 있다.그러나 은행들은 이와 같은 전략을 추구하기에 앞서 타은행의 전 략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은행은 고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영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점포가 대단히 중요하다.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점포 신설은 신중해야 한다.왜냐하면 증설된 점포는 타은행과 합병해 중복점포를 정리하지 않는한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자금융.화폐 시스템은 현재 국민총생산(GNP)의 1.5~2%에 달하는 지급.결제비용을 3분의1 수준으로 감소시킬 것으로예상된다.현재 우리나라의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탈피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도 은행이 적극적으로■전자금융.화폐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다만 ATM 투자는 향후 개인용 컴퓨터나 전화를 통한 은행 이용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비자수준이 높다.따라서 소비자가 직접 기계와 상대하는 전자금융은 어느나라보다 빨리 보급될 것이라는 예상을 은행은 참고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산업및 국가의 경쟁력 제고는 도전을 통해 이뤄져왔다.그러나 인도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홍수는 인도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도전이어서 인도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최근 우리 은행들에 주어진 도전이 인도의 홍수처 럼 지나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양원근 금융硏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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