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혁명이번이기회다><좌담>2.요금 정말 내려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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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시내버스 요금은 94년부터 대폭 오르기 시작했다.2백50원 하던 요금이 94년 2월 2백90원이 되더니 1년 후엔 3백20원(95년3월),그 다음엔 3백40원(95년7월)→4백원(96년7월)으로 최근 2년간 60%나 오른 것 이다.지난해소비자물가 상승률(4.7%),올해 물가억제목표(4.5%)와는 비교도 안되는 인상률.80년대에는 50원,90년대 들어서도 94년까지는 90원 인상으로 버티던 버스요금을 서울시는 「요금조정권」을 중앙정부에서 이관받자마자 2 년만에 1백50원이나 올린 것이다.
서울시의 인상근거는 물론 버스업계의 경영난.지난 7월 버스요금을 인상하면서 서울시는 서울의 88개 시내버스 업체중 95년도에 흑자를 기록한 업체는 59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9개 업체는 적자,전체적으로는 업체당 「8천만원씩 손실」 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그러나 수입금착복 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17개 업체의 95년 경영실적은 흑자업체가 13개,적자업체가 4개였다. 이제 시민들의 분노가 끓고 있다.『버스요금을 내려라.이익을 환원하라』며 시민들은 억울함.배반감을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홍익대 김종석(金鍾奭)교수는 『전체 회사중 3분의2쯤이 이익을 보는 요금수준이 적정한데 경영이 극 도로 어려운 몇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요금수준을 너무 높게 잡은게 잘못』이라는 진단이다.나머지 80개회사는 떼돈을 벌 수 있는 요금구조라는것.교통과학원 홍창의(洪昌義)박사는 『수입금도 적절한 표본조사를 통해 요일별.계절별.노선별 수 입액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과학적인 방법을 무시한 서울시를 질책하고 있다.기세에 눌렸는지 조순(趙淳)시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잘못 인상됐다면 내리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기색이다.서울시는 부당인상여부.규모등을 검토해 조정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정말 버스요금을 내릴 수 있을까.서강대 박병소(朴炳昭)교수는 『아마 힘들 것』이라고 단언한다.버스의 태업.파업등에 서울시는 방법이 없다는 이유다.김종석 교수는 『내려봐야 얼마후 또다시 올려야 하는 ■거로움만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다.또 서울대 박창호(朴昌浩)교수는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버스요금은 지금도 인상요인이 있다』며 좀더 신중한 대처를 주문하는등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당장 버스요금을 내리는 조치를 반대하고 있다.당장 요금을 내리면 정 말 경영이 어려운 업자는금방 쓰러지게 돼 그후 시민이 감당할 불이익이 엄청나고,또 전반적인 서비스향상을 위한 재원은 어차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을 내리는게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실익은 별로 없이 혼란만 가중시키는 대 책」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대신 버스요금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버스를 갈아탈 때마다 매번 요금을내야하는 요금체계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이 시스템은 불합리한 노선망의 원인이고,결국 시민이 버스를 외면하게 만드는 장본인이기 때문.버스는 원래 가까운 거리에 더욱 효과적인 교통수단인데 지금은 버스노선이 갈아타기 어렵게 짜여있고,또 요금을 두번 내야 하기 때문에 제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때문에 명지대임성빈(任聖彬)교수는 표(票) 하나로 버스는 물론 지하철까지 탈 수 있는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요금체계를 개편하면 요금수준을 결정하기는 훨씬 쉬워진다.다만「원가보다는 서비스를 기준」으로 버스요금을 결정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논리다.서울대 김창호(金昌浩)교수는 『이제 우리도 가격과 서비스중 한가지를 선택할 때가 됐다』며 질높은 서비스와싼 교통요금은 두마리 토끼를 쫓는 것과 같아 잘못하면 둘다 놓치기 십상이라고 우려한다.
서울시는 이제 「어떤 방법이 시민에게 이익인가」를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버스요금을 내리지 않는게 오히려 시민을 위하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물론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그다음 요금체계 개편을 착수해 버스산업을 개혁하는 방안을 모색 해야 한다.
〈정리=음성직 본지전문위원〉 ^고승영(명지대교수)^김종석(홍익대교수)^김익기(한양대교수)^김창호(서울대 초빙교수)^김형진(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박병소(서강대교수)^박창호(서울대교수)^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 원장)^유 완(연세대교수)^이광훈(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인원(홍익대교수)^이재림(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종호(경기대교수)^임성빈(명지대교수)^임평남(교통과학연구원 부원장)^전경수(서울대교수)^홍창의(교통과학원 선임연구원)^황상규(교통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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