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지뢰탐지용 犬馬형 로봇, 2012년까지 개발 완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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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22면

1.7일 한국 국방과학연구소 기동시험장에서 시연되고 있는 견마형 로봇. 2. 적의 머리위에 포탄이 터지게 하는 기능을 갖춘 미래형 공중폭발 차기 소총인 ‘K11-복합형 소총’. 아래는 전투병이 작동해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7일 경남 창원의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 기동시험장 마당. 군·학계·산업계에서 온 800여 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1.6m 크기의 ‘귀여운’ 헬기가 날아올랐다. 무인헬기는 촬영한 동영상을 통제센터로 보낸 뒤 이륙한 곳으로 착륙했다. 공중정찰 소형로봇의 시범이다. 이어 정찰 장비를 실은 바퀴 달린 견마형(犬馬型) 로봇이 출동했고 활동 중 수상한 사람에 대해 사격도 했다.

한국의 미래전 준비상황은

이날 ‘제3회 군사로봇 워크숍’ 행사에서는 이 밖에도 무인자율주행차량, 휴대용 소형 지상로봇도 선보였다. 무인자율주행차량은 바리케이드와 돌발 장애물을 피해 달렸고, 시가전에서 건물 내부를 탐지하는 소형 지상로봇은 계단과 비탈길을 마음대로 오르내렸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해 개발하는 4종의 군사로봇은 2008년 10월 현재, 한국군의 미래전투시스템(FCS) 기술력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한국이 군사용 로봇 개발에 본격 나선 지 3~4년 만에 프랑스·독일과 같은 전통 육군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학계와 산업계가 선투자해 놓은 기술력 덕분이다.

한국에서 FCS 개념은 199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1차 걸프전을 치르며 군 변환 전략과 미래 전투를 구상하던 미 국방부 관계자가 95년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합동참모본부와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에게 미군의 군 변환과 미래전의 개념을 설명했고 이후 한국군은 네트워크 중심전(NCW)의 미래전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개념을 진화시켜 왔다.

군이 2005년 발표한 국방개혁 2020은 이 미래전의 구상을 담았다. 당시 군 소식통은 “미래 전장 환경에 맞게 사람과 사물을 네트워크화하고 지능화해 언제 어디서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부대로 개편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들은 ‘2020 개혁’에는 NCW를 바탕으로 한 미래전 개념만 담고 있을 뿐, 미국의 FCS처럼 무기 체계로 구체화되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천문학적 예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내년이나 2010년이 돼야 개념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기술력 차이를 10년으로 볼 때 2020~2025년 사이에 가서야 NCW의 시험형이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군은 2012년 4월 17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이행과 관련, NCW 체계를 바탕으로 미래 합동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미군의 FCS를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거의 연구 되지 않았다는 것이 한 군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는 “미군은 원정군 개념인 데 반해 한국은 주둔군 개념으로 운영된다”며 “따라서 원정을 목표로 미래군을 설계하는 미군 FCS를 한국군이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유사시 미군 FCS 전투여단과 한국 전투부대가 어떻게 합동작전을 하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한국군은 아직 거의 연구가 되지 않았으며 미군 FCS에 대한 연구 수준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대신 미래 전투무기 체계를 위한 기술을 먼저 확보한 뒤 이를 군 수요에 맞게 전환하는 작업은 계속 중이다. NCW 운용의 신경망인 차세대통신기반체제(TICN)도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해 개발하고 있다. TICN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의 군사적 응용이다.

군사로봇은 인명 손상을 최소화하는 미래전의 키포인트 중 하나다. 견마형 로봇은 2012년까지 개발해 정찰·지뢰 탐지 등에 활용할 계획이고, 2015년에는 협동작전이 가능한 경전투 로봇, 2018년에는 공중 무인헬기 및 다목적 화력지원차량도 실용화할 계획이다. 현재 반자율주행차량을 완전자율주행차량으로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UC 버클리대·시드니대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개인화기 부문에서 한국은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K11-복합형 소총이다. 5.56㎜ 구경 소총과 20㎜ 공중폭발탄 발사기를 소총에 통합시켜 방아쇠 하나로 총열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자동 유도로 주야 정밀사격을 가능하게 했다. 공중폭발탄은 미래 전장 환경에 맞는 무인항공기(UAV)의 전력화도 FCS에선 필수지만 우리는 초보수준이다. 군 관계자는 “항공 부문 개발이 가장 취약하다”고 말한다. 육군의 군 헤게모니 장악이 계속되면서 공·해군의 국방과학기술 투자가 홀대받는다는 것이다.

또 TICN을 통해 전장 상황을 방탄 헬멧의 모니터로 공유하고, 팔에 부착된 컴퓨터로 지휘하고 지휘받는 미래전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반적 수준은 낮다.
그러나 컴퓨터를 장착할 수 있고, 몇 주를 입어도 오염이 되지 않는 셀프 클리닝 기능, 수천 도를 견딜 수 있는 나노섬유 기술은 상당히 앞서 있다.

군 관계자는 “군사용 로봇과 같은 미래전 무기체계 기술 개발을 민간 분야로 이전해 상업화함으로써 군수 분야 재투자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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