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와 쌍벽이룬 사회운동가-고어 美부통령 부인 '티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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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000년대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감은 누구일까.
최근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두번째 승리를 이끌어낸 앨 고어(49)부통령이 유력한 후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흔히 대통령의 그림자에 가려 이름뿐인 부통령 노릇에 머물렀던역대 부통령들과 달리 각종 정책결정과정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둬온 고어에게 미국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건 당연한 일.이처럼 고어 부통령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며 그의 배우자이자 미래의 퍼스트 레이디 후보인 메리 엘리자베스 에이친슨 고어(48)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티퍼」란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메리 고어는 현재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인 힐러리 클린턴 못지 않게활발한 사회활동으로 유명하다.보스턴대를 거쳐 조지 피바디 칼리지에서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전공을 살려 클린턴 대통령이 추진한 의료개혁 프로그램에서 정신건강 자문위원으로 활약했다.또 심각한 미국내 문제중 하나인 무주택자들에 대한 관심도 대단해 86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무주택자를 위한 가정들(Families for The Homel ess)」이란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메리 고어를 유명인사로 만든 것은 음란성이 짙거나 폭력적인 가사가 담긴 음반에 대한 제재 캠페인.84년 우연히 딸을 위해 가수 프린스의 앨범을 샀다가 선정적인 가사내용에 경악한 메리 고어는 다른 학부모들을 규합해 이같은 음반들에 경고딱지를 붙이는 운동을 벌였다.이로 인해 일부에선 「문화테러리스트」란 비난도 들어야 했지만 그는 굴하지않고 88년엔 『X등급 사회에서 PG등급 아이 키우기』(X와 PG는 선정성등을 고려해 매기는 미국의 영화등급) 란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들과 가정을 중시하는 그의 면모는 종종 힐러리 클린턴과 비교되기도 한다.똑부러진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그는 바깥일에 바쁘면서도 언제나 가정이 1순위인 「참한」주부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다.남편이76년 하원의원에 당선되자 내조를 위해 사진작가라는 자신의 직업을 포기한 것이나 사회활동 틈틈이 네 자녀 카레나(23).크리스틴(19).사라(17).앨버트 3세(13)의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런 예다.수수한 외모와 곧잘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도 미국 국민들에게 따뜻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평.고등학교 시절 만나 열렬한 연애끝에 대학 졸업과 함께 결혼식을 올린 고어 부부.그들이 21세기 미국의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로서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꿈의 커플이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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