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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성칼럼] 성욕 기피, 부부 갈등 몰고오는 우울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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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30대 주부 J씨는 요즘 들어 부쩍 남편 꼴도 보기 싫다. 곁에 오는 것도 영 달갑지가 않고 밤늦게 친한 척하면 부담 백 배다. 남편 숨소리도 듣기 싫다던 친구의 말이 이제 가슴에 팍팍 와 닿는다. 남편이 저녁 약속으로 늦게 귀가한다는 전화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새벽에는 잠이 안 와서 힘들어 죽겠는데 옆에서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괜히 예전에 차버린 남자들이 그립고 지나간 일이 모두 후회된다. ‘알파맘’이 되겠다며 열성을 보였던 육아도 흥미가 떨어졌다. 평범한 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현실이 서글프기 그지없다. 급기야 J씨는 “나를 찾겠다” “일을 하겠다”며 나섰고, 밤늦게 만취 상태로 귀가하는 일도 잦아졌다.

J씨의 남편은 느닷없는 아내의 일탈에 당황했다. 순종적이고 가정에 충실했던 예전의 아내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내는 만사를 귀찮아하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밤엔 깊이 자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때울 뿐 애들 뒷바라지엔 관심도 없어 했다. 일 때문이라며 남자들을 만나는데 뭐라고 다그치기도 어려웠다. 괜히 한마디 했다간 ‘의처증 남편’이라며 쏘아대고, 성생활은 극구 피하기만 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부부 사이에 특별히 어려운 일도 없는데 돌변한 아내의 태도에 대해 도대체 이유가 뭔지 찾지 못했다.

J씨의 아내는 우울증이다. 흔히 우울증이라면 불면증이나 의욕상실·공허감 등을 떠올리지만, J씨와 같은 성욕 저하와 성 기피증도 기혼자에겐 초기 증상으로 가장 흔하다. 우울증은 또 배우자에게 괜히 짜증을 많이 부리고, 부부 사이에 회의감을 많이 표현하는 식으로도 나타난다. 게다가 지금이라도 진정한 사랑을 찾겠노라며 밖을 전전하기 쉽다. 우울증 때문에 현실적 부부 사이엔 허무감을 갖고, 배우자보다 밖에서 만나는 이성에게 쉽게 성적 흥분을 느낀다. 이 때문에 우울증에 따른 일탈은 걷잡을 수 없어 불화와 이혼으로 치닫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런 양상은 남성도 마찬가지다. 특히 40대 중후반에 흔히 찾아오는 남성호르몬 저하로 인한 남성 갱년기에 우울증이 겹치면 쉽게 외도에 빠지고 만다.

이처럼 성욕 저하와 성 기피, 부부 갈등 등이 우울증으로 인한 것일 때는 그 뿌리인 우울증을 치료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치료 효과가 제법 좋은 질환으로, 인내심을 갖고 일정 기간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등한시하면 당사자의 삶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와 가족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우울증 치료제가 성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제법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부작용은 성욕을 더욱 저하시키거나 여성의 분비장애·오르가슴장애, 남성의 발기부전·사정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무턱대고 우울증 약 복용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성기능 저하의 부작용이 적거나 성기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는 약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 특히 성문제로 부부갈등이 심한 우울증 환자는 약물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며, 우울증 치료와 성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경기침체와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이래저래 흉흉하게 시작했던 10월이다. 예전엔 괜찮았는데, 배우자의 성욕 저하나 성 기피가 갑자기 쓰나미처럼 몰아쳐 오고 이유 없이 방황한다면 우울증에 따른 성 문제가 아닌지 살펴보길 바란다.

강동우ㆍ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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