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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취직만큼 어려운 결혼 … 일본은 지금 ‘곤카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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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婚活時代(결혼활동시대)
야마다 마사히로·시라카와 도코 지음
디스커버21(2008년), 197쪽, 1000엔

 #도쿄 마루노우치의 ABC요리교실. 퇴근한 30대 남성들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야채를 다듬고 고기를 볶는다. 완성된 태국카레를 꽃 장식과 함께 접시에 담고 시식까지 하면 수업이 끝난다. 31세 회사원 겐타(가명)은 회사 선배의 권유로 5월부터 이 요리교실에 다니고 있다. “전혀 부엌일을 못하는 것보다는 가끔은 맛있은 음식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결혼에 유리할 것 같아서”라는게 겐타의 설명이다. 지난해 1월 개강한 이 직장남성반 교실은 입소문을 타고 회원이 늘어나 작년 말에는 긴자(銀座)에도 문을 열었다. 회원 수는 약 200명에 달한다.

#마사시(가명.36)는 21일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출퇴근용 정장을 구입했다. 마사시가 평소 즐겨입는 검은색 정장을 고르자 디자이너가 제지한다. “검은색은 무난하지만 강한 인상을 주지 않아요. 바지도 너무 통이 넓고..” 가게 안을 둘러보고 그가 골라준 옷은 시원해보이는 회색 재킷과 통이 좁은 바지. 가죽 느낌이 나는 스니커에 두 가지 색으로 엮은 벨트로 마무리한 오피스 캐주얼이다. 업무를 마치고 그대로 데이트나 미팅에 나갈 수 있는 복장이란다. 마사시가 스타일리스트에 지불한 수강료는 90분에 1만6000엔. 옷 구입비는 5만8000엔이 들었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결혼에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요즘 일본에서 이렇게 결혼을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준비활동을 곤카쓰 (婚活·결혼활동의 준말)이라고 한다. 학교졸업 후 취업을 앞둔 슈카쓰 (就活·취직활동의 준말)의 빗대 생긴 신조어다. 취직만큼 결혼도 하기 어려워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각종 조사자료를 보면 지금의 일본 젊은이 4명 중 1명은 평생 독신으로 지낼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 2~3%에 불과하던 50세 독신 남성인구 비율은 2005년 현재 15.4%.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들 세대가 50세가 될 때는 그 비율이 25%에까지 오른다는 통계다.

60년대 일본사회 역시 결혼적령기가 되면 집안 혹은 주위에서 중매하는 비율이 50% 가까이 됐다. 직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혼기가 찬 남녀 직원들을 맺어주는 동료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지역사회 붕괴, 경제 양극화 현상으로 마땅한 배우자 찾기가 어려워졌다. 지금의 중매결혼 비율은 6%.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남성들은 여성들이 먼저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소극적인 성향이 크다. 그런데도 여성의 외모에 대한 기대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여성은 자신의 2배 연봉을 받는 사람이 아니면 경제적으로 궁핍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만혼화는 출산율저하와 이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지금의 사회 고용환경과 양극화 현상은 결혼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저자가 2003년 도쿄의 25~34세 남녀 600명을 조사한 결과 정규직 남성의 50%가 기혼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10%만이 결혼에 성공했다. 연봉 400만엔 이상 버는 사람 중 독신비율이 35%인데 비해 200만엔 이하는 85%까지 늘어난다. 그런데도 독신자 중 결혼을 희망하는 비율은 90%에 달했다. 그렇다면, 결혼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의 결혼시장 비교, 결혼이 어려워진 사회적 요인에서 미혼남녀들의 심리, 성공적인 곤카쓰 활동까지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담았다. 다양한 형태의 결혼정보회사와 부모들의 대리 맞선, 예비신랑학교 등 기발한 곤카쓰시장 현황은 덤이다. 일본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의 결혼시장에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주오(中央)대 문학부교수. 도쿄대 문학부 졸업 후 동 대학원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가족사회학) 수료.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 등 인간관계를 사회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서는 부모에 의존하는 미혼여성 남성들의 실태와 의식을 분석한『파라사이트 싱글의 시대』(1999) 등 다수.

◆시라카와 도코(白河桃子)=저출산문제 전문 기고가. 게이오(慶應)대 문학부 졸업. AERA를 비롯한 각종 신문과 잡지 등에 미혼과 연애, 만혼, 저출산에 관한 글 게재. ‘마루노우치 직장 여성을 위한 저출산 강좌’를 열었다.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는 남자, 결혼할 수 있어도 안 하는 여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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