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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속 지방 골프장은 표정관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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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에 사는 회사원 이성규(44)씨는 24일 전남 순천의 파인힐스 골프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18홀을 마치는 데 4시간 반이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러 차례 플레이가 지연된 끝에 5시간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일 지방 골프장이기에 한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마치 수도권 골프장처럼 북적대고 여러 차례 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파인힐스 골프장(27홀)에는 95개 팀이 골프를 즐겼다. 수도권에서 멀어 평일엔 70팀을 채우기도 쉽지 않았던 곳이다. 이 골프장 김헌수 사장은 “요즘은 없어서 손님을 더 못 받는 실정”이라면서 “이전에 없던 부킹 청탁에 머리가 아플 정도다. 18홀을 다 못 돌아도 좋으니 마지막 팀에라도 넣어달라는 부탁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의 회원제 골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원도 속초 파인리즈 골프장의 최명호 영업본부장도 “지난해에 비해 내장객이 20% 정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지방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 덕분에 지방의 회원제 골프장들은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도 오히려 특수를 맞고 있다. 골프장 예약시스템 업체인 골프유닷넷의 박원영 이사는 “내장객이 적어 전전긍긍하던 지방 골프장 관계자들은 요즘 손님이 늘어나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텅텅 비던 지방 골프장이 붐비게 된 것은 무엇보다 지방 골프장 세금 인하 조치가 이달부터 시행된 결과 이들 골프장의 그린피가 크게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기도를 제외(제주는 이미 시행)한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개별소비세(특소세) 면제 등 세금 인하 조치를 시행한 이후 전국 81개 회원제 골프장 이용요금(비회원 기준 그린피)은 3만~4만원이 인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인 기준으로 하면 12만~16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해외로 나가던 아마추어 골퍼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지방 골프장들이 때아닌 특수를 맞게 된 이유다. 골프유닷넷 박 이사는 “세금 감면의 취지가 해외 골프여행 감소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는 성공한 정책”이라고 평했다.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골프장은 경기도 접경에 자리 잡은 강원·충청권 골프장들이다. 강원도 춘천 제이드 팰리스 골프장의 김경수 본부장은 “성수기엔 별 차이가 없지만 내장객이 별로 없는 여름이나 겨울에 매출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그동안 앉아서 장사를 했던 경기도 내 골프장은 타격을 보고 있다. 특히 경기도 여주·안성·가평 등 충청도나 강원도에 가까운 골프장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도 여주의 이포 골프장 김성원 대표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골프장이 거의 비지 않았는데 요즘 10% 정도 손님이 줄어들었고 내년에는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중부지역협의회 소속 40개 골프장 대표는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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