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지는 게 이기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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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게 이기는 것일 수 있고, 이기는 게 지는 것일 수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1일 "여당과 싸우자"는 일부 의원들에게 이렇게 응수했다.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3선 당선자 19명과 만찬을 같이한 자리에서다.

만찬에선 朴대표가 거듭 강조해온 '상생의 정치'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상배 의원은 "상생 정치는 여당이 말해야 하는 것이고 야당은 여당을 견제하는 데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경재 의원도 맞장구를 쳤다. "정부가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기용하려는 것은 우리의 약을 바짝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이 물리적으로 막게끔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朴대표는 "우리가 그렇게 하다가 (총선에서) 진 것 아니냐"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는 국회에서 중요한 사안을 처리할 경우 TV중계를 하기로 했는데, 만일 152석을 차지한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당장은 그쪽이 이기는 것 같아도 지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여당을 막겠다고 단상을 점거하는 것도 이기는 게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朴대표는 "싸우지 말자는 것은 험악한 말과 몸싸움을 하는 구태(舊態)정치를 말자는 것"이라며 "그러나 논리적으로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 기자들에게 金전지사의 총리 지명을 반대한다면서도 "(국회에서) 국민이 눈살 찌푸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말을여러 번 했다.

이에 앞서 朴대표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을 찾은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 대사에게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함)의 자세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그래야 양국의 좋은 분위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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