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흘러야 남산이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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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남산에 오색딱따구리.큰유리새.흰눈썹붉은배지빠귀 등 제철을 만난 산새들이 깃들였다는 것은 훼손됐던 생태계 환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생물상의 지표로 새를 먼저 꼽는다.

오색딱따구리는 나무 속에 있는 벌레를 먹는 새다.

이런 딱따구리가 돌아왔다는 것은 10여년 전 '남산 위의 소나무'를 살리기에만 급급해 살충제를 뿌려 훼손됐던 숲이 건강을 되찾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남산은 한때 박새.곤줄박이 등 흔한 텃새들도 살지 않는 건조하고 척박한 산이었다. 아주 귀한 철새인 큰유리새와 흰눈썹붉은배지빠귀가 살고 있다는 것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 등 서식 환경이 좋아졌음을 보여준다. 자연에서 물은 곧 생명이다. 생명력 있는 자연환경 가꾸기는 물관리에서 비롯된다.

남산의 계곡 상류에서 개천을 이루는 아래까지 맑은 물이 굽이돌아 얕은 물웅덩이와 습지를 이루기도 하고, 또 언제나 흐를 수 있도록 물줄기를 바로잡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남산의 숲이 자생력을 이어가고 다양한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다.

김수일 교수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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