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갑천초등학교 '신문활용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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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대전 이지영 기자 = 대전시서구월평동 갑천초등학교에는 교실마다 신문함이 한개씩 놓여 있다.함속에는 1,2주씩 지난 신문도 들어있지만 폐품수집용이 아니다.아침 자습,국어.사회 수업시간과 매달 한번씩 책가방 없이 등교하는 「즐거운 학습의 날」에 사용할 유 용한 학습자료가 들어있는 「자료함」이다.
올 1학기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신문활용교육(NIE)을실시하고 있는 갑천초등학교에는 신문을 이용한 학습이 모두 2백46가지나 된다.
갑천초등학교에서 신문활용 교육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것은지난 겨울방학때.3명의 교사가 중앙일보 「NIE 연수」를 다녀온뒤 학교측은 신문활용 교육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조사 결과교사 59명중 85%가 『신문이 좋은 학습자료라고 생각한다』고응답했지만 실제로 신문을 학습자료로 사용한 교사는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신문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낀 학교측은 연수에 다녀온 교사들을 주축으로 교육과정을 분석,신문자료 활용이 가능한 주제를 뽑도록 했다.그 결과 국어.사회 교과서와관련된 주제 1백13개를 포함,2백46개의 주제 를 선정할 수있었다.직업.명절.계절.산업.교통.지역사회등에 대해 생활과 밀접하게 교육시키는 데는 신문이 적격이었다.
우선 3월부터 2천1백명의 학생을 상대로 신문활용 교육중에서가장 기본이 되는 분야인 기사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어보는 학습을 실시했다.이어 큰 주제를 갖고 관련된 기사를 뽑은뒤 소주제별로 묶어보는 학습도 했다.4컷 만화의말주머니를 오려낸뒤 다른 대사를 집어넣거나 사진기사를 보면서 동시를 쓰는 활동도 했다.또 학생들에게 광고문안도 새로 만들고 신문에나온 속담이나 사진을 보면서 동시를 쓰게도 했다.글자를 익히는단계에 있는 1학년들에게 도 신문을 이용,한글을깨우치도록 했다.교사들이 신문을 펼쳐놓고 『「학」자를찾아보라』『물음표를 찾아보라』고 시키면 아이들은 숨은 그림을 찾을 때처럼 매우재미있어했다.글자도 외우고,관찰력도 키우고,그야말로일석이조의효과를 거둔 것이다.
모든 교실 뒤쪽 게시판에도 신문자료는 어김없이 이용되고 있다.「지구촌 소식」에는 세계지도를 그려놓고 신문기사를 화살표로 연결해 붙여놓았다.교과서나 책보다 훨씬 현장감있고 빠른 정보를얻을 수 있는 셈이다.
「바른 어린이」「통일교 육」 부분도 마찬가지다.자원봉사.무장공비침투 기사를 사진과 함께 붙여두었다.
신문활용 교육이 교실안으로만 제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교실밖 복도에 붙어있는 「대자보 학습판」은 한가지 기사를 보고각자 자기의 의견을 자유롭게 기록하는 곳이다.
매주 바뀌는 주제도 반마다 다양하다.스포츠.경제.환경오염등에서 가 을풍경이 담긴 사진기사까지 신문에 나온 모든 기사가 갑천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는 생각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어린이들은 기발한 의견을 제시해 교사들을 놀라게 할 때도 많았다.술상표로 최근 김삿갓.참나무통 맑은소주등 한글이름이유행한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 5학년 문소희(11)양은「한글을애용하는 것은 좋지만 술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도 알아뒀으면 좋겠다」는 깜찍한 생각을 적어놓기도 했다.
소희양은 『신문으로 공부를 하니 생각이 깊어지고 세상을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 같고 집안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도 쉽게 이해할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연구주임 김종신(金鍾信)교사는 『신문활용 교육으로 어휘력.작문력.탐구력을 키울 수 있을뿐만 아니라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게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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