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내려도 고민만 쌓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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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이승엽 선수.

이코노미스트10월 16일, 하루 전 간신히 진정된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원-엔 환율도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단숨에 1373원까지 오르면서 14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한반도를 덮쳤던 97년 12월 말 이후 10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환율에 울고 웃는 외국계 기업 직원들 #달러로 받는 봉급 30~40% 오른 셈 … 원화로 받는 사람들 ‘앗, 실수’

반면 원화가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는 동안 일본 엔화는 강세를 지속하면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55원 넘게 올라 1372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원-엔 환율이 세트로 1400원 선까지 오르자 ‘이러다 나라 망하는 거 아니야?’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한국인에겐 잊을 수 없는 10년 전 외환위기의 악몽이 떠오르는 하루였다.

요즘의 원화가치 하락이 끔찍한 것은 비단 한국인뿐만 아니다. 본국에서 한국지사로 발령받아 일하고 있는 외국인도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봉급이 원화가 아닌 본국 통화인 달러, 엔, 유로 등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회사에서 번 돈을 본국에 자국통화로 송금해야 하는 경우에는 매출이 급감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월 16일 만난 유명 외국계 언론사에 다니는 A기자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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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만 해도 이렇게 환율이 오를 줄 몰랐어요. 월급을 달러로 받는다고 할 것을 왜 원화로 받는다고 했는지 후회가 커요. 환전할 때마다 속이 상해요.”

A기자는 1년 전만 해도 달러의 약세를 자신있게 점쳤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고 달러를 계속 찍어내 달러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환율 때문에 봉급이 가만히 앉아서 오른 사람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낀다. A기자의 말처럼 현재 달러나 엔으로 봉급을 받는 샐러리맨은 원화로 환산하면 40~50%까지 봉급이 인상된 셈이다.

일례로 2006년 요미우리자이언츠와 엔화로 계약한 이승엽 선수의 연봉을 보자. 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승엽 선수는 요미우리자이언츠와 2010년까지 4년간 뛰기로 하는 계약에 합의했는데, 매년 6억엔(추정)을 받는 조건이었다. 2006년 말 당시 국내 언론은 “이승엽 선수 연봉 52억~60억원 추정 ”이라고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2008년 10월 16일의 환율로 환산하면 그가 1년에 받는 연봉은 80억원에 이른다. 물론, 한국에서 원화로 환전할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에 살고 있는 엔화 봉급자가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유명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최근 환율 때문에 그야말로 난감하다.

“정말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알 수 없네요.”

1년 전만 해도 “외국에서 사느라 고생은 더하게 되었는데, 원-엔 환율이 낮아 월급은 깎인 꼴이니 영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하던 그였다. 원화로 환전할 때 이제는 좀 웃을 수 있겠다고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국에서 일 좀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제품 비용을 올려 매출이 떨어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국에는 엔화로 송금하는데 이러다간 환율 탓에 목표치를 달성하는 게 어렵게 돼 버렸다. “차라리 1년 전이 속 편했다”며 그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매출 목표치 조정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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