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1.5세 가수들 '역이민'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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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해외로 이민갔던 교포나 그 자녀들이 되돌아오는 「역이민」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요계에 진출하는 교포 1.5세들이부쩍 늘고 있다.「기회의 땅」을 찾아 고국을 떠났던 부모 세대와는 반대로 1.5세들은 고국의 가요계에서 돈과 인기를 거머쥘기회를 엿보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여름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재미교포 남성 3인조 솔리드가 『이 밤의 끝을 잡고』로 대성공을 거둔 이후 이런 현상이 급격히 확산됐다고 분석한다.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포 출신으로 성공한 가수는 강수지 .박정운과 그룹 「듀스」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다른 장르에 비해 댄스그룹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최근 『마스크』란 곡으로 주목받고 있는 「코스트 투 코스트」의 경우 멤버 임마크.최유진.김현호가 모두 재미교포 출신이다.이중 최유진은 올해초 데뷔음반을 내고 인기 를 얻었던 「아이돌」 최혁준의 친형이다.『전사의 후예』로 인기가 치솟고 있는 「H.O.T」의 토니 안 역시 10대 후반의 재미교포.
또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이 제작에 참여한 「킵식스」와 「언타이틀」「스타일」등도 일부 멤버가 1.5세인 그룹.이들보다 앞서 데뷔한 그룹중에서는 「어스」의 래퍼 신정환,「버트헤드」의 이우석과 김준호,「렉스」의 리더 김 우영,「트리플」의 리드보컬 유수경등이 교포 1.5세 또는 2세들이다.가요기획자들 사이에서는 교포 1.5세 또는 2세들을 발굴,가수로 데뷔시키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국내가요계의 판도가 10대 청소년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서구적인 생활양식이 몸에 밴 교포 출신 가수들의 몸짓이나 말투.패션등이 서양문화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10대 팬들에게 선 망의 대상이되고 있는 것이다.
교포 가수들이 TV에 나와 보여주는 어눌한 우리말이나 낯선 몸짓에 기성세대들은 눈살을 찌푸리지만,10대들은 오히려 그들의어색한 언행에 더욱 열광한다.가요기획자 남해주씨는 『어릴 때부터 자유분방하게 자란 탓인지 교포 출신중에는 연 예인으로서의 「끼」를 갖춘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힙합.랩.리듬 앤드 블루스등 흑인음악 장르가 국내 가요계의 주류로 정착한 것도 이같은 현상이 일고 있는 원인중 하나다.어릴 때부터 다양한 흑인음악을 듣고 자란 교포 가수들이순수 국내파에 비해 곡 해석력과 적응력이 뛰어나 다는 것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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